"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故 이춘연 대표를 보내며[SS이슈]

남혜연 2021. 5. 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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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영화계 큰 별이 졌다. 너무나 갑작스런 이별이었기에 상실감 또한 컸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이제 그를 떠나보낸 슬픔 보다 그로 인해 행복했던 기억들을 추억하려한다.

한국영화100년사의 중심축에 있던 씨네2000 대표 겸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의 영결식이 15일 오전 10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층에서 약 1시간 동안 거행됐다. 배우 권해효의 사회로 시작된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위원장을 시작으로 이준익 그리고 이창동 감독, 배우 이병헌과 김규리 등 영화인들이 이춘연 대표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고 이춘연 대표는 영화계 대소사를 불문하고 가장 먼저 달려가 도왔던 사람이었던 만큼 많은 영화인들은 그의 갑잡스런 소식에 비통함을 금치 못했다. 늘 환하고 밝게 웃던 모습과 호탕한 웃음소리로 사람들과 소통했던터라 영정사진의 고 이춘연 대표의 모습이 더욱 그리웠다.

또한 영화계 맏형으로 전세대를 아우르며 편안하게 소통했던 인물이었던 만큼 이날 영결식장에 마련된 ‘벌써 보고싶습니다 두목’이라는 글귀 역시 너무나 고인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사회를 맡은 권해효는 “고 이춘연 대표님이 ‘지루하니까 빨리 끝내자!’라고 지금이라도 뒤에서 외칠 것 같다”면서 “이 황당한 시나리오를 기획하신 것 같다”며 아직도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가장 먼저 추모사를 낭독한 김동호 위원장은 “이춘연 이사장은 많은 영화인들에게 유훈을 남겼다. 이 곳을 찾은 영화인들이 힘을 합치고 화합해서 영화계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라는 엄한 말씀을 남긴 것으로 알겠다. 영화계 일이라면 직언을 아끼지 않고 고민해온 분”이라면서 “이제는 하늘에서 편히 쉬시고 영화계 앞날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슬픈 표정의 이준익 감독 역시 눈물을 흘리며 이춘연 대표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이준익 감독은 “한편의 이익보단 10편의 이익, 개인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이 좋다는 게 늘 형에게 들은 이야기다. 당신만큼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시면 안되는 것이었다. 좋아했고, 존경했고, 사랑했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한없이 눈물을 쏟았다.

이밖에 배우 이병헌과 김규리 역시 “한국영화계에 이춘역 대표님이 안계실거라는 것을 우리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가슴먹먹함을 이야기했다.

또 이창동 감독은 “평소 농담을 좋아하는 형이었기에 이 자리 또한 한바탕 장난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 때문에 만나는 게 어려워 못 만났는데, 지금이라도 나타날 것 만 같다”며 “영화인들의 모임 자리에는 언제나 이춘연이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주고, 다들 언제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라져서 빈자리가 너무 크다. 이제 한국영화계는 이춘연이 없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모처럼 많은 영화인들이 모인 자리였다. 이춘연이라는 큰 별을 잃은 슬픔 때문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빈소에 모인 사람들은 잠시 고인을 추모한뒤 자리를 떴다. 평소 이춘연이라는 사람이 늘 푸근함과 웃음을 주었기 때문에 멀리 떠나는 길 역시 편안하게 해주자는 의미였다.

지난 5일간 영화계에는 빈소에 달려가 잠시 추모를 하고 돌아온 사람, 오래된 사진첩을 찾으며 이춘연 대표와의 일화를 추억 하고, 그가 남긴 영화들을 다시 한번 찾아 보는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추모를 했다.

이날 영결식 역시 유튜브로 생중계가 된 덕에 많은 영화인들이 먼발치에서 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할 수 있었다. 또 영결식에선 생전 이춘연 대표가 제작한 영화의 한 장면 그리고 그가 출연했던 작품 및 영화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저나왔지만, 여전히 이춘연 대표는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라 안타까움은 더했다.

이창동 감독의 말처럼 이제 한국영화계는 이춘연이 없는 시대를 시작해야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영영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가 남긴 영화들은 미래의 영화인들에게 큰 유산이 되었고, 오랜시간 그의 곁에서 선한 영향력을 많이 받아온 이들은 이제 또 다른 사람들에게 물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고 이춘연 대표의 장지는 김포공원묘지다. 봉안식은 15일 오후 5시 엄수된다.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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