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나오는 증자와 감자, 호재 악재 감별법 알려드립니다[투자썰록]

김경택 입력 2021. 5. 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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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기자의 투자썰록-3] 증자와 감자

[편집자주] 실록(實錄)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은 기록'입니다. 하지만 '사실에 공상을 섞어서 그럴듯하게 꾸민 이야기나 소설'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택기자의 투자썰록'은 '사실과 공상(썰)을 적절히 섞은' 꽤 유익한 주식 투자 이야기입니다. 매일매일 주식시장을 취재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에는 영 소질이 없는 주식 담당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이 기사가 투자자분들의 성공적인 투자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동학개미 파이팅입니다.
사진 출처 = Pixabay
회사에서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하면 어떤 경우엔 그것이 호재로 작용해 상한가도 치고 며칠 동안 상승 행진을 이어가기도 하는데, 다른 경우엔 악재로 작용해 주가가 폭락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호재인지 악재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한 투자자분이 보내온 질문입니다. 증자와 감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막 주식 투자를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증자나 감자를 호재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악재로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례로 최근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계획을 동시에 발표한 뒤 주가가 16% 넘게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죠. 증자와 감자는 과연 무엇일까요. 또 주가에는 어떻게 반영될까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증자=자본금 증가, 감자=자본금 감소

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것을 감자라고 부르죠. 증자는 '자'본금이 '증'가하는 것, 감자는 '자'본금이 '감'소하는 것. 이렇게 외워두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자본금이란 기업의 전체 발행 주식 수에 액면가를 곱한 값을 말합니다. 자본금은 기업이 설립될 때 딱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기업을 설립할 때 액면가 5000원의 주식을 1만주 발행했으면 그 기업의 자본금은 5000만원입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추가로 자금이 필요해 증자를 결정합니다.

증자로 주식 1만주를 추가로 발행할 경우 자본금은 1억원(5000만원×2만주)이 됩니다. 주식을 새롭게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 이를 바로 증자라고 합니다. 증자의 경우 주주들에게 돈을 받아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유상증자와, 기업이 스스로 자본금을 늘려 주주들에게 공짜로 새 주식을 지급하는 무상증자로 나뉩니다.

반대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다 보면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결국 벌어놓은 돈(잉여금)까지 다 까먹어 적자(결손금)가 발생합니다. 적자가 누적되면 기업의 자본총계(자본금+잉여금)가 자본금(본래 갖고 있는 돈)보다 더 적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됩니다. 자본잠식이 커질 경우 상장폐지까지 당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 자본잠식만큼은 피하고 싶어합니다.

이럴 경우에 기업은 감자를 결정합니다. 주식을 소각해 자본금을 줄이는 것이죠. 똑같이 액면가 5000원, 발행 주식 수 1만주인 자본금 5000만원의 기업이 있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장사를 못해 결손금 2000만원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자본금은 5000만원이지만 자본총계는 3000만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입니다.

이때 2대1 감자를 실시하면 발행 주식 수가 5000주로 줄어 자본금은 2500만원이 되고, 감자를 통해 약 2500만원의 잉여금이 생깁니다. 2500만원이 결손금인 2000만원을 채우고도 500만원이 남기 때문에 일단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기존 주주들에게 줄어드는 주식 수만큼 금액을 보상을 해주면 유상감자,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무상감자입니다.

사진 출처 = Pixabay

유상증자는 무조건 악재, 무상증자는 무조건 호재다?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먼저 유상증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회사가 가진 돈이 부족해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추진된다는 점에서 악재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 안 좋다는 신호를 시장에 내비치는 것이죠.

주주들 입장에선 주식 수가 늘어나면 보유 주식에 대한 지분 가치가 하락해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전체 주식 수가 100주인 기업의 1주를 갖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 현재 지분은 1%지만, 유상증자로 100주가 늘어날 경우 지분은 0.5%로 줄어듭니다. 본인의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유상증자가 주가에 호재인지 악재인지 판단하려면 궁극적으로 회사의 자금조달 목적과 현재 처한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때에 따라 악재가 될 수도 있고 호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습니다.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사업이 워낙 잘돼 공장 증설 혹은 다른 업체의 공장 인수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장 가진 돈이 없어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죠. 시장에서는 이 유상증자가 호재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상증자 이후에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죠. 이렇듯 미래 성장을 위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그 투자가 추후 실적 상승을 담보하는 경우에는 유상증자도 호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른 예로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점점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결국 당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 사업을 접고 다들 유망하다고 하는 가상화폐 사업에 무작정 뛰어들기로 합니다. 물론 기술력은 없습니다.

만약 이 회사가 가상화폐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유상증자로 모집한다고 하면 어떨까요? 시장은 분명 부정적으로 볼 것입니다. 주가를 뻥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될 테죠.

이 밖에도 최대주주 지분을 늘리기 위해서나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 등 유상증자는 다양한 이유로 실시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호재냐 악재냐 달라질 여지가 큰 것이죠. 증자를 결정하는 기업들이 자금조달 목적으로 △시설자금 △영업양수자금 △운영자금 △채무상환자금 △타법인증권취득자금 △기타자금 등 증자의 목적을 밝히는데, 이를 자세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유상증자와 달리 무상증자는 대체로 시장에서 호재로 여겨집니다. 이론적으로는 주식의 수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떨어지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공짜로 주식 수가 늘어나고 거래량도 증가하니까 나쁠 것이 없습니다.

또 늘어나는 자본금은 주주들의 주머니가 아닌 기업이 차곡차곡 모아놓은 잉여금에서 나옵니다. 어떤 기업이 무상증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본 운용에 여유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삼성중공업 주요사항보고서(감자결정).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나쁜 감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감자는 회사의 적자가 누적된 경우 그 손실을 회계로 처리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회사들이 감자를 하는 것이죠.

어쨌든 회사가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본잠식에 빠졌고, 감자를 결정하면 더 이상 손쓰기 힘들 정도로 재무 상태가 악화된 회사임을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에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합니다.

이런 이유로 감자 공시의 대부분은 무상감자입니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회사들은 유상감자를 실시하기 어렵습니다. 가뜩이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데 주주들에게 대가까지 지불할 형편은 없는 것입니다.

다만 무상감자라고 모두 악재인 것만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무상감자는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자본금을 낮추는데, 이와 별개로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라는 방식도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자본금은 발행 주식 수 곱하기 액면가인데, 액면감액 무상감자는 주식 수가 아닌 액면가를 조절해 자본금을 감소시킵니다. 액면가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액면분할과 비슷하지만 주식 수는 늘어나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결정한 5대1 무상감자도 이 방식이었죠. 삼성중공업은 액면감자에 따라 자본금이 기존 3조1506억원에서 6301억원으로 80% 줄어들었습니다. 주식 수는 변동 없이 그대로 6억3000만여 주가 유지됐죠.

액면감액 무상감자의 경우 일반적인 무상감자와 달리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 역시 그대로 유지됩니다. 주식 수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기준 주가를 조정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감자'라는 단어가 주는 심리적인 위화감은 있지만 주식 수 변동에 따른 지분 가치 훼손 염려도 없어 주주 입장에서는 딱히 손해가 아닌 것입니다.

주가에도 큰 악영향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만, 삼성중공업의 경우 감자 이후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돼 주가는 급락세를 맞았습니다.

끝으로 유상감자는 무상감자에 비하면 아주 드물게 실시되는 감자 방법입니다. 보통 회사 규모에 비해 자본금이 지나치게 많을 때 자본금을 회사 규모에 맞게 조정하기 위해 실시합니다. 주식을 사들여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소각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주주 입장에서는 호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2대1의 유상감자를 진행한다면 주주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50%를 현금으로 받고, 회사는 이에 대한 비용을 자본금으로 지급합니다. 주식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주주들의 지분 또한 그대로 유지됩니다.

증자와 감자는 회사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때로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시도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앞으로 증자·감자 소식이 들려올 때 무작정 호재니 악재니 평가하는 것보다는 해당 공시와 현재 그 기업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주가에 어떻게 반영될지 모든 힌트가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kissmaycry@mk.co.kr]

※ 다음 기사는 다음달 정기 변경을 앞둔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두 지수는 5월 3일 공매도 부분재개의 타깃이 되고 있기도 한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코스피·코스닥지수와 어떻게 다른지, 또 누가, 어떻게, 언제 구성하는 건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밖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로 자유롭게 의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아참, 제 네이버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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