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선물 No, 편지는 Yes" 달라진 스승의 날 풍경

김무연 2021. 5.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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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강모(가명·여·31)씨는 최근 스승의 날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당시에는 스승의 날에 담임 교사에게 선물을 하는 문화가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최근 스승의 날에은 정말 교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은 학생이 손편지를 주거나 반 전체가 롤링페이퍼를 작성해 전달하는 수준"이라면서 "지난 은사님 찾아가길 권하며 단축 수업을 하거나 재량휴일로 하는 학교도 많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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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집사의 날 기념해 은사 찾던 풍습서 유래
1982년 스승의 날 법정 기념일 제정
학생과 학부모, 스승의 날 선물 고민으로 부담 가중
2016년 김영란법 시행으로 교원에게 선물 사실상 금지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스승의 날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아요. 학생들도 사실 큰 의미없는 기념일이란 생각이 강해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강모(가명·여·31)씨는 최근 스승의 날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강씨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반 친구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담임 선생님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등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이젠 그런 풍경도 사라졌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스승의 날은 사실상 의미없는 기념일로 전락했다고 했다.

경북 구미대학교 홍보대사 ‘키우미’ 학생들이 지난달 28일 캠퍼스에서 열린 부모와 스승을 위한 ‘사랑의 엽서 쓰기’ 행사에서 엽서를 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스승의 날은 본래 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기념일은 아니다. 외려 졸업한 학생들이 은사를 찾아뵙는 자발적인 활동이 하나의 기념일로 격상된 사례다. 한국기록원에 따르면 1958년 대한적십자사가 세계적십자의 날인 5월 8일을 기념해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 청소년적십자(JRC) 단원들이 퇴직교사를 찾아뵙는 행사를 시작한 것이 시초라 기록돼 있다.

이후 1964년 청소년 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가 5월 8일이 어버이날과 겹친다는 이유로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삼고 행사를 이어갔고, 이 행사에 전국 500여 개의 학교가 참여하면서 전국적인 기념일로 자리잡게 됐다. 이듬해인 1965년 대한교육연합회는 민족의 스승이라 불리는 세종대왕의 양력 생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변경했다.

다만 스승의 날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폐지됐다. 공무원의 사회 부조리를 없애야 한단 명목에서다. 이에 따라 1973년 3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스승의 날은 ‘국민교육헌장 선포 기념일’(12월 5일)로 통합되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교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1982년 5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스승의 날은 법정기념일로 부활했다.

스승의 날은 스승 존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권확립에 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제정됐다고 설명됐다. 다만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스승의 날은 교권 신장의 의미보다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만 주는 기념일 성격이 강했다.

당시에는 스승의 날에 담임 교사에게 선물을 하는 문화가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가정 형편에 따라 줄 수 있는 선물의 수준도 크게 달랐다. 일부 교사들은 선물의 가격대 등에 따라 학생을 차별 대우하기까지 했다.

이 점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자 2016년 발효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초·중·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에 속하는 공공기관 종사자도 포함됐다. 스승의 날 선물에 따른 논란을 피하고자 2019년 전라북도의 766개교 중 152개교가 당일 휴교를 선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스승의날 풍경은 급속하게 변했다. 스승의 날에 교사에게 선물을 하는 사례가 거의 사라졌으며, 설령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교사들이 선물을 받지 않는 돌려보내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합법적으로 선물할 수 있는 카네이션마저도 구입을 하지 않는 추세라고 일선 교사는 귀띔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최근 스승의 날에은 정말 교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은 학생이 손편지를 주거나 반 전체가 롤링페이퍼를 작성해 전달하는 수준”이라면서 “지난 은사님 찾아가길 권하며 단축 수업을 하거나 재량휴일로 하는 학교도 많다”라고 했다.

김무연 (nosmo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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