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 "인세누락 관행 아니라는 출협..현실 부정말라"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2021. 5. 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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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작가 "출협에 추가피해 알렸으나 엉뚱한 발표"
"내가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출협은 실태조사부터 하라"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왼쪽)과 장강명 작가© 뉴스1 DB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장강명 소설가가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 이하 출협)의 입장문을 반박하는 공개서한을 15일 발표했다. 서한에 따르면 출협이 추가 피해를 인지하고도 외면한 정황이 드러나 도덕성 논란이 예상된다.

장 소설가는 지난 13일 출협이 발표한 '문체부 보도자료에 대한 문제제기'가 사실이 아니라며 주장했다. 그는 추가 피해사례들을 알려줬는데 엉뚱한 내용으로 발표문을 낸 이유를 밝히라고 했다.

아작 출판사는 장강명 작가를 비롯해 저자들에게 계약금 및 인세 지급 누락,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 오디오북 무단 발행에 대해 지난 1일 사과했다. 이후 문체부는 지난 12일 출판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발표했다.

출협은 문체부의 방안에 반박하는 발표문에서 "작가 장강명씨와 아작 출판사 간에 계약 위반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번 사건은 아작 출판사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지 모든 출판사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출협은 "장강명 작가는 이전에도 문학동네, 창비, 한겨레, 민음사, 은행나무 등의 출판사에서 활발하게 책을 출간해왔다"며 "이제까지 어느 출판사에서도 이번 일과 같은 계약위반이 벌어졌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의 출판계에서 이번 사태는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진 일탈 행위"라고 주장했다.

장강명 작가는 출협의 문제제기 발표문이 공개되기 하루 전인 12일 출협 간부와 주고받은 이메일의 일부를 공개했다.

장강명 작가와 출협간부가 지난 12일 추가피해사례를 이메일로 주고받았다(출처 장강명 작가)© 뉴스1

출협 상무 A씨는 12일 오후 2시49분에 보낸 메일에서 "아작 출판사 이외에 작가님께 인세를 지급하지 않은 출판사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며 "말씀을 참고해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에 장 작가는 최근 3~4년 사이에 출판사 3곳에서 겪은 인세 누락 사례를 전달했다. 그는 출협 간부에게 12일 오후 7시2분에 보낸 메일에서 "A, B, C사의 편집자를 탓하고 싶지 않다(…) 회사 차원에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며 "작가들끼리는 인세 누락에 대해 정말 흔한 일로 여기고 있다"고 회신했다.

장강명 작가는 공개서한에서 "출협이 협회 차원에서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줄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답장했다"며 "그렇게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엉뚱한 내용으로 발표문을 내신 이유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출협은 발표문에서 "특정 작가와 출판사 간에 벌어진 이례적인 계약위반 사례를 들어 문체부가 추진하는 표준계약서나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강요하고 그에 '순종'하지 않는 출판인들에게 사업적 불이익을 주려고 하는 이런 행위는 용납하기 힘들다"고도 했다.

이에 장강명 작가는 "저는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인세 지급 누락과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은 한국 작가들에게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지는 일탈 행위'가 절대 아니다"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20년 발표한 '문학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작가 1000명 가운데 Δ판매내역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52.9%) Δ인세를 현금이 아닌 책이나 구독권 등 기타 물건으로 받았다(36.5%) 순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장강명 작가는 "(출협은) 현실을 부정하지 마시고 왜 이런 실수가 빚어지는지 실태 조사부터 벌여 보시면 어떨까 싶다"고 맺었다.

한편 출협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저자에 대한 판매 및 인세 정산보고 과정에서 담당자들의 실수로 인한 누락 등은 적지않게 발생하는 일"이라며 "출판사 대부분은 이를 사후에라도 바로잡고 작가에게 추가 보고를 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는 종종 벌어지지만 이를 일반적인 관행으로 생각하는 출판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소설가 장강명의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표지© 뉴스1

다음은 장강명 작가가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보낸 공개서한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께

5월13일에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서 낸 <문체부 보도자료에 대한 문제제기 발표문>을 읽었습니다.

이달 1일 아작출판사가 저와 다른 저자들에게 계약금 및 인세 지급 누락,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 오디오북 무단 발행을 사과했습니다. 저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이것이 한국 작가들에게 드물지 않은 일이며,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후 이달 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발표했습니다.

출협은 문체부의 대책을 비판하며 인세 지급 누락이나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은 아작 한 회사에서 일어난 일일뿐, 결코 출판업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출협은 발표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아작 출판사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지 모든 출판사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장강명 작가는 이번 아작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 이전에도 문학동네, 창비, 한겨레, 민음사, 은행나무 등의 출판사에서 활발하게 책을 출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어느 출판사에서도 이번 일과 같은 계약위반이 벌어졌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략) 한국의 출판계에서 이번 사태는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진 일탈 행위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고, 출협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출협은 발표문을 내기 하루 전날 저에게 유통 담당 상무 명의로 메일을 보내 아작 출판사 이외에 제가 겪은 다른 인세 지급 누락 사례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답장으로 아작 외에 다른 출판사와 작업하며 제가 겪은 다른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 그 출판사들이 아작보다 작은 회사가 아니며, 작가가 그런 경우 왜 인세 누락을 파악하기 어려운지도 설명 드렸습니다. 다만 그 출판사들이 아작과 달리 저에게 먼저 인세 누락 사실을 알려 왔고 성실히 사과한 만큼, 더 공론화하지는 않을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출협이 협회 차원에서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줄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답장했습니다.

그렇게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엉뚱한 내용으로 발표문을 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인세 지급 누락과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은 한국 작가들에게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지는 일탈 행위’가 절대 아닙니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문학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1000명이 넘는 작가들을 상대로 벌인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52.9퍼센트가 판매내역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 가만히 있는다는 작가가 64.1퍼센트였습니다. 응답자 36.5퍼센트는 인세를 현금이 아닌 책이나 구독권 등 기타 물건으로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출판사가 인세에서 홍보물 제작비를 제하자고 제안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례들도 나와 있습니다.

저는 절대 다수의 출판사들이 성실하게 정산 업무를 할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겪은 인세 지급 누락들이 고의였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로서 보기에 여러 출판사에서 실수가 종종 일어나는 듯합니다. 또 적지 않은 출판사들이 판매내역 보고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문체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 문체부의 대책이 얼마나 정당한지, 얼마나 효과를 낼지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 문체부의 대책이 한심한 내용이라면 출협이 해야 할 일은 보다 나은 협회 차원의 개선 방안이나 정책 아이디어를 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부정하지 마시고, 왜 이런 실수가 빚어지는지 실태 조사부터 벌여 보시면 어떨까요.

장강명 올림.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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