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썰] 문재인 경제 4년, '선방'인가 '낙제'인가?

곽정수 2021. 5. 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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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팩트체크 : 문제인 정부 4년 경제 평가, 누구 말이 맞나
[논썰] 문재인 경제 4년, ‘선방’인가 ‘낙제’인가? 한겨레TV

‘자화자찬’ vs ‘객관적 평가’

‘국민은 관심도 없는데 허공 속 독백 같은 자기 자랑’(조선일보), ‘자성은 없고 자찬만 넘친 J노믹스 4년 자평’(동아일보) ‘국정전환 요구 외면하고 자화자찬 일관’(세계일보), ‘4년 자화자찬 말고 잘못 수습에 집중할 때다’(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연설을 한 것에 대해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경제 실패에 대해 반성은 하지 않고 자화자찬, 자기자랑만 늘어놨다고 혹평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죽비를 맞았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통렬히 반성하면서도,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위기 속에서도 선방했다’고 자평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 여러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처럼 엇갈린 평가 중에서 어떤 게 맞는 것인지? 사로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 대해 “자화자찬만 했다”고 혹평했다. 한겨레tv
국민의힘도 공식 논평에서 “처참한 실패를 하고도 낯 뜨거운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비판했다. 한겨레tv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지난 1분기에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국민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매우 다행스럽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4% 달성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또 올해 1~4월 수출 실적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 국제기구들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상향조정하는 것 등도 함께 강조했죠.

기획재정부도 7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4년 경제정책 추진 성과 및 과제’에서 코로나 위기와 일본 수출규제 등 어려운 대외 여건 맞서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대응을 통해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자화자찬 그만두고 잘못된 정책 기조를 당장 바꾸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도 공식 논평에서 “소득주도성장,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처참한 실패를 하고도 낯 뜨거운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이런 상반된 평가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요.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몇가지 핵심 사항을 중심으로 ‘팩트 체크’를 해보죠.

2021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이 100.4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 미국(99.1), 일본(97.7), 독일(94.7), 영국(90.7) 등으로 아직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겨레tv
한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로 주요국 가운데 역성장 폭이 가장 작았다. 한겨레tv

한국 경제, 지난해 사상 처음 ‘탑 10’ 진입

먼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르게 코로나 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부분인데요. 2019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을 100이라고 했을 때 2021년 1분기 국내총생산은 한국이 100.4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반면 다른 선진국의 경우 미국(99.1) 일본(97.7) 독일(94.7) 영국(90.7) 등으로 아직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틀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로 주요국 가운데 역성장 폭이 가장 작았습니다. 그 영향으로 경제 규모 기준 글로벌 순위가 12위에서 10위로 상승해 사상 처음 ‘탑 10’에 진입하고, 1인당 GDP가 ‘G7’ 국가인 이탈리아를 추월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지난해 세계 12위에서 10위로 올라 사상 처음으로 ‘탑 10’에 진입했다. 한겨레tv

수출이 사상 최대라는 부분도 살펴보죠. 수출이 2020년 하반기 이후 빠르게 회복하면서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넉달간은 1977억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이게 역대 최대 기록인 것도 맞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취약계층은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만,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이 호황을 구가하는 것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이런 경제 지표상 ‘선방’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코로나 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면서 선진국과 달리 국가 봉쇄나 외출 통제 같은 극단적 조처를 취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대응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조중동 ‘기저효과’ 눈 감은 채 무리한 주장

이제 반대로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을 맹비난하는 것에 대한 팩트 체크도 해보죠

보수언론은 미국·프랑스·영국 등은 올해 예상 성장률 전망이 5~7%로 우리나라보다 높다면서 정부의 빠른 경제 성장 주장을 반박합니다. 성장률은 2021년 전망치가 같아도 2020년 성장률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더 높게 보이는 ‘착시 현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를 경제에서는 ‘기저효과’라고 하죠. 객관적 평가를 하려면 2020년과 2021년 2년간 평균 성장률을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와, 올해 IMF의 전망치 3.6%를 평균하면 1.3%입니다, 반면 선진국 평균은 0.2%입니다, 상대적으로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른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선진국의 평균은 -0.3%로 여전히 역성장이 예상됩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만 놓고 선진국의 성장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빠르다는 보수언론의 주장은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2년간 평균 성장률.

보수언론은 100조원의 빚을 내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비판도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편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일입니다, 또 우리나라의 재정 적자 규모가 늘었지만, 다른 선진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재정 지출 확대 규모가 작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보수언론의 주장은 이런 객관적 사실을 외면한 억지인 셈이죠

주요 국가들의 GDP 대비 코로나19 재정정책 대응 규모. 한겨레tv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워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린 탓에 중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부담을 키우고 고용에도 악영향을 줬다고 주장합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로 2연 연속 두자리 수를 기록했지만, 2020년에는 2.87%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최저임금 연도별 인상률 추이. 자료 고용노동부

조중동은 한국 경제가 나빠지기를 바라나

하지만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 이런 객관적 경제지표들까지 무시하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가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비판을 하더라도 사실에 정확히 근거해서 해야 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보수언론의 모순적 태도입니다, 보수언론은 평소 대기업과 기득권층의 이해를 대변해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지원을 통한 양극화 개선 노력에도 부정적이었죠.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과 취약계층 고용 지원 등을 재정건전성 악화, 국가부채 증가를 이유로 “세금 퍼주기”, “선거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한 게 단적인 예입니다, ‘부자 증세’ 반대도 마찬가지이고요. 보수언론은 서민이나 중소상공인의 고통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보수언론의 압력에 굴복해 적극적 재정 정책을 포기했다면 서민 고통은 더 커졌을 것입니다.

보수언론의 문재인 정부 공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도가 지나쳐서 마치 한국 경제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14년 전인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언론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간 경제가 파탄났다”며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결국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요. 이번에도 그런 것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반성할 부분은 있을 것입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언급했습니다만, 정부가 강조하듯 객관적 경제지표는 분명 괜찮은데 국민이 제대로 체감 못 하는 이유를 뼈아프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문 대통령도 특별연설에서 “경제지표와 국민의 삶 간의 괴리”를 인정했는데, 무엇보다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가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득불평등 커지고 청년 체감실업률 최악

한 예로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최하위층 20%의 소득에 비해 최상위층 20%의 소득이 몇배냐는 것을 보여주는데. 2019년 4분기 6.89배에서 1년 뒤인 지난해 4분기에는 7.82배로 높아졌습니다,

일자리 사정도 아직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청년들은 더욱 심각합니다,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이 올해 1분기 26.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문 대통령 “죽비를 맞았다”…부동산 정책 실패 반성

부동산 정책 실패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 대통령도 “4·7 재보선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심판을 받았다”고 실패를 자인했습니다만, 부동산 실패가 객관적 경제 성과의 빛을 바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1년 간 어떻게 하느냐일 것입니다, 일자리 대책 등을 통해 불평등 해소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취임 첫 의회 연설에서 ‘부자 증세’ 추진 의지 분명히 하면서 낙수효과 실종을 지적하고 중산층 복원을 강조했습니다.

또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해서 보완하되, 부동산 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책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젠 더이상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기획·출연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PD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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