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지하철노선 넘기고 '아차'..월북뒤 돌아온 前 헌병장교, 왜

박현주 2021. 5. 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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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2018년. 헌병 장교 출신인 60대 A씨는 생활고를 겪다가 중국에서 만난 지인의 권유로 월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한국으로 돌아와 결국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A씨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판결로 사건의 전말을 살펴봤다.

이미지. [중앙포토]



생활고로 밀입북한 전직 장교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김준혁 판사)은 지난 1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을 선고했다. A씨는 1982년부터 약 5년간 육군 각급 부대에서 소속돼 헌병 장교로 복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 A씨가 월북을 결심하게 된 건 2018년 7월경부터다. 서울에서 무직자로 지내며 생활고를 겪던 A씨는 중국으로 이동해 길림성에서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한 성명불상의 지인으로부터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온 사람에게 잘 해주니 가서 살아보라”며 월북 권유를 받았다.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밝힌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에서 북한군이 남측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월북을 결심한 A씨는 그해 9월 중국과 북한 국경 사이에 있는 철조망을 통과해 두만강 상류를 건너 북한군 초소에 도착했다. 이후 북한 보위부원에게 김정일ㆍ김정은에 대한 생각 등 관련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과거 근무한 군부대에 대한 정보, 육군 장교 교육과정 및 내용, 서울지하철 노선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A씨는 돌연 마음을 바꿔 북축 관계자에게 한국으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한다. 조사를 받던 중 북한의 실상이 예상보다 더 낙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A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해 10월 판문점을 통해 A씨를 한국으로 송환했다. 검찰은 한국으로 돌아온 A씨를 조사해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겼다.


法 “범정 가볍지 않아”
법원은 육군 장교로 활동한 경력을 언급하며 A씨의 혐의가 가볍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육군 각급 부대에서 헌병병과 장교로 복무하는 등의 경력이 있어 북한의 반국가 단체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반국가단체 지배하에 있는 북한지역으로 들어가 구성원과 화합한 행위는 범죄 정황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가게 된 것으로 특별히 다른 목적이 있었음이 확인되지 않았고 이 행위로 국가의 실질적 위험이 크지 않았다”며 “범행 기간이 비교적 길지 않고 스스로 의사에 따라 송환돼왔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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