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사지마비 환자의 상상 글쓰기 '마인드라이팅'

조승한 기자 2021. 5.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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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3일 삐뚤빼뚤 쓰인 알파벳 소문자 26자를 표지에 실었다.

글자를 잘 써보지 않은 어린아이가 쓴 것 같은 글씨는 사실 사지마비 환자가 써 내려간 글자들이다.

시간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데이터를 학습하는 순환신경망(RNN) 기술을 이용해 환자가 글씨를 쓰는 것을 상상하면서 나오는 신호를 시간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며 글자 구조를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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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3일 삐뚤빼뚤 쓰인 알파벳 소문자 26자를 표지에 실었다. 글자를 잘 써보지 않은 어린아이가 쓴 것 같은 글씨는 사실 사지마비 환자가 써 내려간 글자들이다. 손을 움직여 종이에 쓴 글씨는 아니다. 머릿속으로 글자를 쓰는 상상을 하자 환자의 뇌에 박힌 칩이 상상을 읽고 재현해낸 것이다.

프랜시스 윌렛 미국 스탠퍼드대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65세 사지마비 환자 뇌에 칩을 심고 뇌파를 읽어 스마트폰에 글자를 입력하는 수준으로 글을 쓰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개발했다고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에 마음으로 글씨를 쓴다는 ‘마인드라이팅(mindwritin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BCI 기술은 뇌에서 나오는 뇌파를 컴퓨터로 읽어 활용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2017년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를 대상으로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옮겨 키보드를 입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타자 속도는 분당 40자 정도에 그쳤다.

이후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환자의 상상에서 나오는 신호를 학습해 높은 확률로 글자를 변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시간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데이터를 학습하는 순환신경망(RNN) 기술을 이용해 환자가 글씨를 쓰는 것을 상상하면서 나오는 신호를 시간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며 글자 구조를 재구성했다. 이를 10여 차례 학습하자 컴퓨터가 상상 속 글쓰기를 실제 글자로 변환하기 시작했다. 초당 90자를 입력하면서도 오차율은 94.1%에 그쳤다.

에이미 오스본 워싱턴대 바이오공학부 교수는 네이처를 통해 “이번 연구는 BCI 기술이 약속을 지키기 시작한 사례”라며 “뇌에 전극을 이식하는 BCI는 비용과 위험을 정당화하기 위한 엄청난 성능과 유용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속도가 기술 채택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알고리즘이 제한된 훈련으로도 잘 수행될 것이라는 유망한 증거를 제시했지만 실험실 외부에서도 가능하도록 일반화하는 연구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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