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서 벌어진 참혹한 방화..전신화상 입은 부부는 치료 도중 숨져

김현주 2021. 5.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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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이 사건 범행 수법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고 무자비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제대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피해자 측과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2019년 11월1일 오전 2시48분쯤 강원 횡성군의 한 주택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참혹하고 무자비한 방화 살인극이 벌어졌다.

뉴스1에 따르면 브로콜리 재배사업을 하는 박모씨(60대‧여)가 동업자인 A씨의 집을 찾아가 잠을 자고 있던 A씨와 그의 아내에게 “죽어, 죽어”라고 소리치며 생수통에 담아온 휘발유를 끼얹고 휴대용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인 것이다.

당시 온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집 마당으로 나온 이들 부부는 곧 이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박씨는 몸에 불이 붙어 괴로워하는 이들 부부에게 다가갔다.

이후 박씨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재차 휘발유를 끼얹어 전신이 화염에 휩싸이게 했다.

가져온 휘발유가 바닥이 나자 박씨는 자신의 승합차에서 휘발유가 담긴 또다른 생수통을 꺼내러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자신의 뒤를 쫓아온 동업자 A씨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어 계속해서 불이 타오르게 했다.

또 자신을 피해 숨은 B씨가 보이지 않자 승합차를 운전해 주변을 돌며 B씨를 찾기도 했다.

박씨는 이들 부부뿐만 아니라 부부의 딸도 살해하려고 했다.

박씨는 집 마당에서 전신이 화염에 휩싸인 B씨의 몸에 물을 뿌리며 불을 끄고 있는 피해자 부부의 딸인 C씨(40대)를 보고 C씨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C씨에게도 휘발유를 마구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C씨의 얼굴과 목 등이 화염에 휩싸이게 했다.

다행히 C씨는 집 안으로 도망가 불을 꺼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박씨의 잔혹한 방화 범행에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이들 부부는 결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참기 어려운 고통 속에 숨을 거두었다.

이같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잔혹하고 무자비한 방화 살인극이 일어나게 된 것은 ‘브로콜리 재배사업’과 관련한 동업 때문이었다.

조사결과 박씨는 A씨와 함께 브로콜리 재배 사업을 하기로 하고 3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지만 동업 과정에서 금전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로 인해 남편과의 관계까지 악화되며 가정이 파탄나자 박씨는 A씨에게 극도의 앙심을 품고 이같은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살인‧살인미수‧일반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기소된 박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 과정에서 박씨 측과 변호인은 “피해자와의 동업 문제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아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사건 전날 저녁부터 많은 술을 마셨기 때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조영기 부장판사)는 박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5%로, 만취할 정도로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은 사건 당일 14분 동안 어두운 밤에 가로등이 없는 구불구불하고 좁은 도로를 약 4.4㎞를 수월하게 운전해 피해자의 집으로 갔고, 피해자 집에 도착해 비틀거리는 모습 없이 비교적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별다른 실수 없이 계획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행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잔인하며, 극단적인 생명 경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며 “황망하게 가족을 잃게 된 유족들은 큰 절망과 슬픔 속에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으로 가슴에 한을 품은 채 살아갈 것으로 보이고, 그저 피고인의 엄벌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박씨는 이번에도 심신미약 등을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 수법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고 무자비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제대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피해자 측과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같은 여러 정상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계속해 참회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박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판결에도 불복한 박씨는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최근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판결이 나 결국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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