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권칠승 "정책 내실 다지기 호평..벤처·상생에 초점"

문대현 기자 2021. 5. 1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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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기업 2.0 등 '권칠승표 정책' 구현
코로나 등 외부 요인 탓에 외연 확장 한계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1.5.12/뉴스1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 3대 수장으로 취임한 권칠승 장관이 15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권 장관의 100일은 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Δ제2 벤처붐 확산 Δ대중소기업 상생 등으로 요약된다. 취임 이후 상생과 공감의 철학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전국을 누비며 현장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고 있다.

특히 이전 정책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비효율적인 정책은 과감히 통폐합하는 등 박영선 전 장관과 비슷한 듯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다만 취임 초기부터 코로나19 극복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아 새로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기 쉽지 않다.

◇취임 후 줄곧 中企·소상공인 현장 돌며 의견 청취박영선표 사업 재정비 권 장관은 꼼꼼하고 세심한 일처리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책에 있어서는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박 전 장관과는 다른 유형이다. 권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자신의 성향을 살려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애로를 살피고 있다.

취임 직후 첫 일정으로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집행 상황을 점검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대전, 천안 등 지속적으로 전국을 돌며 현장 목소리를 수렴하는 중이다. 매주 2~3차례 이상 각종 업계와 간담회를 여는 등 귀를 열고 있다.

권 장관이 현장 목소리를 통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정책은 강화하는 대신 성과가 없거나 체감하지 못하는 정책은 과감히 개선을 추진하는 식이다. 이는 '박영선표' 사업을 재정비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중기부가 지난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경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부정 수급하는 업체들이 적발되자 권 장관은 아예 사업 자체를 '기획 실패'로 규정하며 손을 보고 있다.

이외에도 성과가 없는 사업들은 '정책 다이어트'를 통해 비효율성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중기부는 수시로 부처 내 평가를 통해 현장 체감성이 떨어지는 하위 20% 정책을 없애고 남는 예산은 상위 20%에 투입하기로 했다. 권칠승표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중기부는 상반기 중 발표할 2022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되면 이전에 추진되던 정책 중 어떤 것들이 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권 장관은 무이자에 가까운 저이자 대출을 뜻하는 '초초저금리 대출'을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재임 시절 소상공인 새희망자금과 버팀목자금 등이 현금으로 신속하게 지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종·업태별로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도 많았다.

권 장관은 지난 2019년 강원도 산불이 발생했을 때 0.1% 금리로 대출이 이뤄졌던 사례를 떠올리며 초초저금리 대출을 시행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융합기술 분야 혁신기업 '㈜맥스트'를 방문해 기업 관계자로부터 업체 소개를 듣고 있다. (중기부 제공)

◇권칠승 장관 3대 키워드 '상생·ESG·뿌리산업' 권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중소기업의 권리구제 강화 등 대중소기업 상생에 공을 들였다. 장관 취임 이후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 장관은 중기부 장관 직속 위원회인 '상생협력조정위원회'에 '기술탈취 근절 실무협의회'를 설치해 부처 간 협업체계를 강화했다. 협의회는 중기부, 공정위, 경찰청, 특허청 등 4개 부처가 참여해 기술탈취 관련 안건을 실무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상생조정위는 기술탈취와 불공정거래 행위 등에서 당사자 간 조정·중재를 유도한다. 권 장관은 주도권을 쥐고 중소기업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또 2019년 5월부터 시작된 자상한기업(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프로젝트의 경우 중소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에 중점을 두면서 전임 장관과 차별화를 뒀다. 사업 명칭도 '자상한기업 2.0'으로 달라졌다.

자상한 기업이 분야와 관계없이 이들의 강점과 노하우를 중소기업‧소상공인과 공유했던 방식이었다면 권 장관의 자상한기업 2.0은 시의성 있는 중점분야를 미리 정해 선정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협약 이후에도 체계적 점검시스템을 통해 협약이행의 실천력을 높인다.

권 장관은 중소기업의 ESG 경영 확산, 한국판뉴딜, 탄소중립 등의 관련분야 혁신기업 육성, 소상공인과 상생협력 등을 중점 추진한다. 현재까지 SK E&S와 바디프랜드, 한화시스템이 자상한기업 2.0 기업에 선정됐다. 이외에도 뿌리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이들 업체의 기술독립에 관한 지원책을 구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권 장관이 독립유공자 후손이라 중소기업 '기술독립'에 더 큰 애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8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1.4.28/뉴스1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제2 벤처붐"…창업 독려 활동 강화 권 장관은 최근 벤처 관련 행보를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안마의자 업체 '바디프랜드'를 방문해 창업·재기성공 스토리를 경청했고, 28일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스타트업 커뮤니티 팁스에서 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달 13일에는 서울 구로 G타워에 위치한 글로벌창업사관학교 2기 입교식을 방문해 창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20년 만에 찾아온 '제2 벤처붐'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다. 제2 벤처붐이란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업들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제1 벤처붐'에 이어 스타트업 열기로 대표되는 최근의 벤처붐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액은 4조3045억원으로 제1 벤처붐 당시인 2000년 2조211억원에서 2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벤처펀드 결성실적은 1조4779억원에서 6조5676억원으로 4배 가량 뛰었다. 창업 지표인 신설법인 또한 6만1456개에서 12만3305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권 장관은 청년 창업 활성화 종합 대책도 곧 발표할 계획이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지난달 말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벤처‧스타트업을 우리 경제의 주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벤처붐을 지속하기 위해 상반기 중으로 스톡옵션 제도 개선 등 추가 보완대책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국가대표 중소기업 제품인 '브랜드K', 스마트 상점, 스마트 공방 등 소상공인들의 디지털화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제2 벤처붐 확산'과 '중소·소상공인의 디지털화' 등은 등 박 전 장관 시절부터 추진됐던 정책이다. 이처럼 권 장관은 최근 변화되는 산업생태계를 반영한 박 전 장관의 정책은 적극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6일 경기도 판교 드론분야 혁신기업 '디스이즈엔지니어링(TIE)'을 방문, 손가락 드론을 체험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1.5.6/뉴스1

◇세심·꼼꼼한 업무 스타일…엇갈리는 평가 권 장관은 자신이 나서서 드러나는 것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언론이 주목할 만한 대형 정책이나 이벤트가 드물다.

실제로 권 장관은 업계 간담회에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다음에는 저희들끼리 사적인 공간에서 좀 더 허심탄회한 대화를 했으면 한다"는 말을 자주한다. 혹시나 참석자들이 언론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또 중기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권 장관의 부드러운 성격 덕에 딱딱한 공직 문화가 사라졌다는 호평도 나온다. 장관이 제안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직원들이 비판의식을 갖고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권 장관이 전임 장관에 비해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또 그의 꼼꼼한 성격이 때로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며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걸림돌이 된다는 평도 있다.

익명의 중기 업계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이 재임 당시 자신과 중기부의 존재감을 동시에 끌어올렸던데 반해 권 장관은 실무형 스타일로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정부부처의 수장으로 조금 더 언론 주목도를 높이는 등 대외 활동 강화에 힘쓰면 좋겠다는 부처 내부 바람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권 장관은 취임 이후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대과제 놓여있고, 또 1년 가량 남은 현 정권과 자신의 임기가 겹칠 수 밖에 없는 만큼 큰 족적을 남기기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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