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에 굴을 곁들이면 맛있는 이유는? 감칠맛에도 '시너지'가 있다

이새봄 2021. 5.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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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라운지] 샴페인과 곁들이기 좋은 음식 중 하나로 굴을 꼽는다. 이 둘을 먹으면 감칠맛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음식과 와인을 곁들일 경우 풍미가 극대화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마리아주'라 일컫기도 한다.

샴페인과 굴이 어울린다는 사실은 경험을 통해 잘 알려져 있지만 이들이 '유독' 궁합이 맞는 이유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식품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이들의 마리아주가 샴페인과 굴이 각각 지닌 감칠맛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효모 찌꺼기인 앙금(Lees) 숙성을 거친 샴페인·와인의 경우 효모 앙금이 감칠맛의 근원이 된다. 와인은 포도과즙의 당분을 발효시킨 술이다. 효모는 발효 과정 중에서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역할을 맡는다. 초반에 활발하게 증식하던 효모는 알코올 도수가 어느 정도 (약 13%) 높아지면 죽게 된다. 죽은 효모는 양조통 바닥에 가라앉고, 대부분의 와인은 이 앙금을 걸러낸 후 통 윗부분 액체만 옮겨 숙성을 한다. 하지만 앙금 숙성 와인의 경우에는 이 앙금을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일정 기간 숙성이 된다. 이때 효모사체(단백질)가 분해되면서 글루탐산염을 만들어내고, 이는 와인에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
굴의 경우 연체동물의 근육인 뉴클레오티드가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글루탐산염과 뉴클레오티드의 조합은 일명 '감칠맛 시너지'를 유발한다. 혀와 구강 내에 있는 미각 수용체에 글루탐산과 뉴클레오티드가 동시에 결합하면 감칠맛이 극대화 된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이 연구의 주 저자인 샤롯 슈미트 코펜하겐대학 박사과정 학생은 "음식과 음료의 조화는 글루탐산과 특정 뉴클레오티드가 만나면서 맛을 크게 향상시킬 때 나타난다"며 "특히 샴페인의 경우 특유의 산미와 탄산을 통해 맛을 증진시킨다"고 설명했다. 샴페인과 굴 간 조합 중에서도 '최고의 조합'은 세계의 별미라고 불리는 덴마크산 림 피오르드 굴과 앙금 숙성 샴페인이었다.

연구진은 굴과 샴페인 외에도 햄과 치즈, 토마토와 고기, 계란과 베이컨 조합이 감칠맛 시너지를 낸다고 전했다. 올 모리츤 코펜하겐대 교수는 "감칠맛은 우리의 몸에 중요한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라는 표시이기도 하다"며 "때문에 인간은 감칠맛을 갈망하도록 진화해왔다"고 설명했다.

글루탐산은 모든 생물에게 반드시 필요한 20종의 아미노산 중 하나로, 체내 아미노산의 15%를 차지한다. 단백질의 소화와 질소 화합물 배출에도 기여한다. 뇌를 포함한 몸 전체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하다.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다른 아미노산과 결합해 글루타티온이라는 항산화제로도 쓰인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이러한 진화 때문에 감칠맛이 떨어지는 채소의 경우 고기보다 선호도가 떨어진다. 모리츤 교수는 "하지만 맛의 조합을 찾아내면 어떤 채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감칠맛 시너지 연구를 통해 더 많은 이가 채소를 섭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칠맛 이야기를 할 때는 MSG를 빼 놓을 수 없다. 식품첨가제(조미료)인 MSG는 사탕수수와 사탕무 등을 발효시켜서 제조하는 L-글루탐산나트륨이다. 사탕수수 등에서 원당을 추출해 발효미생물을 넣고 약 40시간 발효시키면 글루탐산이 생성되고, 발효액에서 글루탐산을 분리한 뒤 수산화나트륨을 이용해 글루탐산과 나트륨이 결합된 형태인 글루탐산나트륨을 만든다. 나트륨은 글루탐산이 물에 잘 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한때 MSG가 인공·화학 조미료이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 MSG는 물에 잘 녹지 않는 글루탐산을 물에 잘 녹도록 만든 수용성 염이다. 글루탐산의 음이온은 산성을 띠는 위액을 만나면 수소가 결합한 글루탐산이 된다. 감칠맛을 일컫는 용어인 우마미(umami) 는 MSG를 처음 분리하는 데 성공한 이케다 기쿠나에 도쿄제국대학 박사가 1908년 이를 '제5의 맛' '우마미'라고 붙인 데서 유래됐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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