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기도 아닌데..' 프랑스 라팔이 각광받는 이유는 [박수찬의 軍]
‘라팔아. 팔렸니. 아니오.’ 2002년 첫 실전배치된 닷소 라팔 전투기는 프랑스 항공우주산업을 상징하는 첨단 장비지만, 국내 온라인에서는 조롱의 의미가 담긴 ‘웃픈’ 삼행시의 단골 주인공이었다. 2004년 실전배치 이후 숱한 시도에도 수출에 실패했던 흑역사 때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라팔을 찾는 해외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프랑스 항공우주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개발된 지 20여년 만에 ‘잭팟’이 터진 셈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라팔이 해외 시장에서 각광받는 것은 실전에서 검증된 성능과 독자적인 기술 확보, 프랑스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은 결과라는 해석이다.
◆중동과 아시아, 유럽까지 판매 확대
중동의 부국 카타르는 2015~2017년 라팔 36대를 구매했다. 미국 보잉 F-18, F-15와 유럽 에어버스 타이푼 등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최종 승자는 라팔이었다.
터키와 갈등을 빚고 있는 그리스는 지난해 18대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12대는 프랑스군이 사용했던 중고품이다.
인도는 우여곡절 끝에 판매가 성사된 사례다. 인도는 당초 신형 전투기 126대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미국, 러시아, 스웨덴 등 주요 전투기 생산국들이 참여한 입찰에서 라팔은 경쟁 기종들을 제치고 2012년 1월 인도 정부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전체 물량의 70%를 현지 생산해야 하는 규정을 둘러싸고 프랑스와 인도는 갈등을 빚었다. 한때 사업이 백지화됐지만, 공군력 증강이 절실한 인도는 사업 규모를 축소해 라팔 36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라팔의 생산 규모는 프랑스군 192대, 수출 물량 144대다. 전투기 개발 및 생산 손익분기점(300대)을 넘어섰다. 실전배치가 시작된 지 20년 만이다.
라팔은 과거 국제 경쟁입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라팔보다 한 세대 이전 기종인 미라지 전투기가 1970년대 1400여대가 생산됐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여개국에 수출됐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냉전 이후 전투기 생산국 간의 과열 경쟁 때문이었다.
이같은 상황이 바뀐 것은 2015년부터다. 2010년대부터 라팔은 아프간,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말리에서 지상 표적 파괴와 공중 정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스칼프 공대지미사일(사거리 560㎞), 미티어 공대공미사일(사거리 100㎞ 이상) 등 장거리 전략 타격력은 F-35보다 높다.
안전한 공역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하면 상대국에 대한 압박 효과가 크다. 인접국과 갈등을 빚는 그리스, 인도가 라팔을 선택한 이유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에 따라 제작된 항공무장은 대부분 사용이 가능하며, 성능개량이 이뤄질때마다 장착가능한 무장도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 자체 기술로 만들어진 라팔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다.
프랑스 기업인 닷소(60%)가 체계통합을 맡고, 전자장비를 담당하는 탈레스(22%)와 엔진을 제작하는 사프란(18%)이 참여하는 라팔은 100% 프랑스 기술로 만든 전투기다.
이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전력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1980년 이후 F-16 220여대를 미국에서 지원받은 이집트는 2013년 쿠데타 직후 미국이 2년간 군사원조를 중단하자 공군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집트는 무기도입 다변화에 나섰고, 프랑스는 금융지원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에 힘입어 이집트에 라팔을 팔았다.
방산업계 소식통은 “프랑스는 라팔을 팔 때 가격 인하 대신 옵션을 많이 제안하는 것으로 안다”며 “프랑스 기술과 부품만으로 생산되는 프랑스 무기의 특성상 산업협력이나 기술이전 등이 더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와 닷소는 2070년까지 운용될 라팔의 해외수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중고 기체 판매 또는 임대, 신규 생산물량을 수출하면서 산업협력,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패키지딜 등을 앞세워 라팔 세일즈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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