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오전에 봐야해요, 더 향기로우니까
5년 동안 20개 국내종 개발도
“장미한테 아무리 ‘빨리 피어라’ ‘오래 피어라’ 얘기해봐야 말을 듣겠어요? 대신 필 때 되면 스스로 잘 피어나죠. 그걸 돕는 게 저의 일이고요.”
장미의 계절인 5월, ‘장미의 아버지’는 어느 누구보다도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매일 장미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서 제때 만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특명’. 지난 4일 용인 에버랜드 장미 온실에서 만난 하호수(45)씨는 “8년 동안 장미만 봤더니 이제 경험적으로 ‘꽃 필 때’를 안다”며 성큼성큼 화분 밭으로 들어섰다. 20여종의 국내 장미를 개발해 종자 등록까지 완료한 ‘로자리안(장미 재배자)’이자, 1400개 장미 화분을 1년 내내 관리해 5월 장미 축제에 내보내는 ‘장미 책임자’다.
“어릴 때부터 식물이 그냥 저한텐 자연스러웠어요.” 전북 남원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딸기농사, 벼농사를 지었다. 식물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서울대 원예학과에 진학해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장미와의 인연은 입사 10년 차인 2013년부터 시작됐다. “이전까지는 수입한 장미를 심고, 전시를 하는 데 그쳤어요. ‘이제는 우리 장미 한번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죠.” 첫해에만 1500번 넘게 교배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오리무중이었다. 1년이 지나 실제로 꽃이 피어야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탓이다. 이런 시간을 여러 차례 거치고 나서야 2016년 자체 개발종 ‘스위트 드레스(Sweet Dress)’를 국립종자원에 등록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총 20종을 등록 완료했고, 8종이 등록 심사 중이다.
매년 장미 축제를 준비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올해는 14일부터 한 달간 열린다. 이 한 달을 위해 1년 내내 준비해야 한다. 자라는 동안 장미는 ‘상전’이다. “병충해를 막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농약을 뿌리고, 새순이 올라올 수 있게 가지를 잘라주고, 통풍이 잘되게 관리를 해줘야 해요.” 작년 겨울은 사람에겐 평범했지만 장미에겐 ‘최악의’ 겨울이었다. 주간에도 기온이 영하였던 기간이 일주일 이상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장미한테는 이런 게 가장 추운 겨울이다. 꽃이 마르나 싶을 때엔 걱정이 많이 됐다”며 “축제가 시작되면 제 입장에선 한숨 돌리는 셈”이라고 했다.
“장미는 오전에 향이 가장 강하게 납니다. 오후에는 상대적으로 덜하죠. 장미 향을 즐기고 싶다면 오전에 방문하시는 게 좋아요.” 그가 알려준 장미 축제 팁이다. 장미의 아버지는 집에서도 장미를 키울까. 그는 “베란다에 있기는 한데, 아내와 아이들이 키운다”며 웃었다.
어렵게 개발한 장미 품종들을 묵히기 아까워 향수, 방향제 등 ‘장미 굿즈’를 개발하고 있다. 또 세계장미회 ‘명예의 전당’에 한국 장미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자체 품종 개발의 역사가 짧다 보니 아직은 성과가 크지 않지만, 꾸준히 해외로 꽃을 보내 한국 장미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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