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학 가니까 수사 말라" 법 무시하고 검찰 농락한 조국 무리

조선일보 2021. 5. 1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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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출금 수사 외압 혐의를 받는 이광철과 조국/조선일보DB

김학의씨 불법 출금 수사 외압에 당시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만이 아니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장관까지 가담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법을 다루던 두 사령탑이 검찰 수사를 앞장서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씌워 이전 대통령들과 대법원장을 가혹하게 단죄하면서 자신들은 뒤로 더한 짓을 했다.

불법 출국 금지의 핵심 혐의자인 이규원 검사를 구하기 위한 권력 심장부의 행태는 상식을 넘어선다. 이 검사의 구명 청탁은 이광철 청와대 선임행정관, 조국 수석,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수사를 담당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전달됐다. 청탁 내용이 놀랍다. “(이 검사가) 곧 유학을 갈 예정이니 수사받지 않고 출국하게 해 달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누가 유학을 이유로 검찰 수사를 면제받을 수 있나.

수사 중단 압력을 받은 안양지청은 이 검사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대검에 올렸다. 반성문 같은 수사 경위서까지 제출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수사받지 않고 유유히 미국으로 국비 연수를 떠났고 1년 후 돌아와 검사들이 선호하는 공정거래위 파견 검사로 발탁됐다. 박상기 법무장관은 같은 혐의를 받는 법무부 직원에 대한 수사에 불만을 표시하며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법무부 수뇌부가 법을 무시하고 검찰을 농락했다. 이런 게 국정 농단이 아니면 뭔가.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박범계 법무장관은 “공소장이 유출된 의혹이 있다”며 진상을 규명하라고 대검에 지시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알린 유출자를 색출하겠다는 것이다. 달을 가리키자 손가락을 부러뜨리겠다고 달려든다. 법무장관이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부터 규명하겠다고 해야 정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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