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 속 '동물'.. 서양 음악 모티브 '신화'

김용출 2021. 5.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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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속 동물
시경에 등장하는 79종의 동물 이야기
中 전통 그림과 함께 문화적 코드 분석
신화와 클래식
베토벤·헨델·멘델스존 등 음악가들의
그리스 로마 신화 차용스토리 풀어내
동양 고전인 ‘시경’ 속에 나오는 동물들의 이야기와 유럽 문명의 토대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티브로 한 클래식 이야기를 담은 책이 각각 출간됐다. 왼쪽 사진부터 시경 속에 나오는 동물인 호랑이와 개를 그린 중국의 전통 그림. 중국 회화 사진 선 제공
시경 속 동물/장샤오스/이신혜 옮김/선/3만3800원

신화와 클래식/유형종/시공아트/1만8500원

“…맨손으로 호랑이와 싸울 수 없고/ 걸어서 황하 건널 수 없음을/ 사람들은 그 하나는 알지만/ 그 밖의 것은 알지 못하네/ 두려워 조심하기를/ 마치 깊은 못에 이른 듯해야 하고/ 마치 살얼음을 밟고 가는 듯해야 하네(不敢暴虎, 不敢馮河, 人知其一, 莫知其他,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冰).”

영웅 무송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소설 ‘수호전’의 호랑이와 달리 고전 ‘시경’의 ‘소아’ 편에 실린 작자 미상의 시 ‘소민(小旻)’의 호랑이는 인간이 감히 맨손으로 싸울 수 없는 맹수다. 권위와 무력에도 굴하지 않는 정도(正道)의 이미지로, 호랑이를 경시하는 건 곧 목숨을 경시하는 것이 된다.

“…인간들에게 이 세상에는 머리 좋은 것보다 더 가공할 만한 것이 있으니,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봐야 호랑이 포효 한 번이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는 걸 알려주려 한 것이 아닐까.”
장샤오스/이신혜 옮김/선/3만3800원
직업 군인 출신의 문학평론가이자 에세이스트 장샤오스는 책 ‘시경 속의 동물’에서 중국의 고전 ‘시경’에 나오는 길짐승과 곤충, 새, 물고기 등 동물 79종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중국 전통 그림과 함께 풀어냈다. 현재 305편의 시가 전하는 ‘시경’은 중국 춘추시대의 민요를 엮은 책으로, 당시 중국인들의 풍속과 사상뿐 아니라 동물도 136종이나 등장해 동물에 대한 중국인 인식도 엿볼 수 있다. 즉 저자는 3000년 세월이 흐르면서 시와 노래 속에 자리 잡은 문화적 코드로서 동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 따르면 고대 중국에선 군대 이름을 지을 때 ‘호랑이 호(虎)’자를 넣은 글자와 부호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호랑이를 맹수로서 바라봤을 뿐 아니라 일종의 권위적 상징이자 기호로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선 무서운 인간의 욕망을 표현할 때 호랑이를 자주 사용한다. 즉 욕망이란 일단 풀어주면 호랑이처럼 날뛰어버린다고 비유한다.

인간과의 교감 속에 단순한 가축을 넘어 이제는 반려동물이 된 개를 다룬 시는 ‘소아’ 편의 ‘교언’. “…다른 사람의 속셈을/ 내 헤아려 알아/ 깡충깡충 뛰는 약은 토끼/ 개를 만나면 잡히리라(他人有心, 予忖度之, 躍躍毚兎, 遇犬獲之).”

저자는 옛사람들이 토끼 사냥에 개를 동원했다며 야생 토끼를 쫓는 토종개들의 자욱한 흙먼지와 야생 닭과 메추라기가 이를 보며 깜짝 놀라는 광경이 눈앞에 그려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인간과 가장 잘 어울려 사는 동물인 개는 윤리를 모르지만 사랑을 할 줄 아는 것 같다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개에게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우리 인간이 개를 친구로 생각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울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악의가 커지면, 인간은 개만도 못해진다.”

옛날부터 강인한 생명력으로 물고기 중의 물고기, 진미 중의 진미로 꼽혀온 잉어는 어떨까. ‘진풍(陳風)’ 편의 시 ‘형문’을 소개한 뒤 풀어낸 잉어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물고기를 먹는데/ 어찌 꼭 황하의 잉어라야 하나/ 장가를 드는데/ 어찌 꼭 송나라 자씨 딸이라야 하나(豈其食魚, 必河之鯉, 豈其取妻, 必宋之子).”

미국인들은 잉어를 외래 침입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고 잉어를 먹지도 않는 반면 중국인은 물론 일본인들은 잉어를 아주 좋아한다. 잉어는 또 행운이나 성공의 상징하기도 한다. 중국에는 잉어가 용문을 통과하면 용이 된다는 등용문 전설이 있고, 일본에선 5월 ‘어린이의 날’에 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잉어 모양의 깃발을 문 앞에 세워놓는다.

저자는 잉어가 얻은 최고의 명예는 중국이 자랑해 마지않는 공자의 아들 이름이 된 것이라고 사연을 소개한다. 즉 공자의 아내가 아들을 낳을 때 때마침 마음씨 고운 사람이 잉어를 선물로 가져왔는데, 공자는 이를 경사스럽게 생각해 아들 이름을 ‘잉어 리(鯉)’자를 따서 ‘공리(孔鯉)’라고 지었다고 한다.
유형종/시공아트/1만8500원
장샤오스의 ‘시경 속의 동물’이 고전 ‘시경’ 속에 나오는 동물을 문화적으로 살펴본 책이라면, 유형종의 ‘신화와 클래식’은 서양 문화의 원형을 이루는 그리스와 로마 신화를 씨줄로 삼고 클래식 음악을 날줄로 엮은 책이라 하겠다. 저자 유형종은 대우증권과 한국신용평가정보를 다닌 뒤 2006년부터 서울 강남에서 클래식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의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책은 각 장별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먼저 소개하고 이어서 신화와 관련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신화라는 입구로 들어가서 클래식이라는 출구로 나오는 구성을 취한다. 저자는 “체계적으로 신화와 음악을 이해하기에 더 낫고, 훨씬 더 많은 곡을 포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신화의 창세기에 이어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소개하는 대목에선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설명한 뒤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소재로 한 베토벤의 교향곡 7번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이나 교향곡 3번 ‘영웅’ 제4악장, 리스트의 교향시 ‘프로메테우스’, 스크랴빈의 관현악곡 ‘프로메테우스: 불의 시’ 등을 차례로 소환해 꼼꼼하게 소개한다.
테세우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베토벤 관현악곡 7번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CD(하모니아 문디)의 표지.
아테네가 속한 아티카 지역 영웅인 테세우스 이야기도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 크레타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와의 대결, 그의 아내들 이야기로 나눠 들려준 뒤 이를 소재로 만들어진 륄리의 오페라 ‘테제’와 헨델의 오페라 ‘테세오’, 버트위슬의 오페라 ‘미노타우르’, 멘델스존의 관현악곡 ‘한여름 밤의 꿈’, 라모의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 등 다양한 곡들을 소개한다.

주요 클래식 음악은 책 안에 QR코드를 넣어둬 독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곡이 담긴 공연 영상을 유튜브로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이들 클레식을 배경으로 한 발레 공연이나 극음악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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