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 속 '동물'.. 서양 음악 모티브 '신화'
시경에 등장하는 79종의 동물 이야기
中 전통 그림과 함께 문화적 코드 분석
신화와 클래식
베토벤·헨델·멘델스존 등 음악가들의
그리스 로마 신화 차용스토리 풀어내
신화와 클래식/유형종/시공아트/1만8500원
“…맨손으로 호랑이와 싸울 수 없고/ 걸어서 황하 건널 수 없음을/ 사람들은 그 하나는 알지만/ 그 밖의 것은 알지 못하네/ 두려워 조심하기를/ 마치 깊은 못에 이른 듯해야 하고/ 마치 살얼음을 밟고 가는 듯해야 하네(不敢暴虎, 不敢馮河, 人知其一, 莫知其他,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冰).”
영웅 무송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소설 ‘수호전’의 호랑이와 달리 고전 ‘시경’의 ‘소아’ 편에 실린 작자 미상의 시 ‘소민(小旻)’의 호랑이는 인간이 감히 맨손으로 싸울 수 없는 맹수다. 권위와 무력에도 굴하지 않는 정도(正道)의 이미지로, 호랑이를 경시하는 건 곧 목숨을 경시하는 것이 된다.
책에 따르면 고대 중국에선 군대 이름을 지을 때 ‘호랑이 호(虎)’자를 넣은 글자와 부호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호랑이를 맹수로서 바라봤을 뿐 아니라 일종의 권위적 상징이자 기호로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선 무서운 인간의 욕망을 표현할 때 호랑이를 자주 사용한다. 즉 욕망이란 일단 풀어주면 호랑이처럼 날뛰어버린다고 비유한다.
인간과의 교감 속에 단순한 가축을 넘어 이제는 반려동물이 된 개를 다룬 시는 ‘소아’ 편의 ‘교언’. “…다른 사람의 속셈을/ 내 헤아려 알아/ 깡충깡충 뛰는 약은 토끼/ 개를 만나면 잡히리라(他人有心, 予忖度之, 躍躍毚兎, 遇犬獲之).”
저자는 옛사람들이 토끼 사냥에 개를 동원했다며 야생 토끼를 쫓는 토종개들의 자욱한 흙먼지와 야생 닭과 메추라기가 이를 보며 깜짝 놀라는 광경이 눈앞에 그려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인간과 가장 잘 어울려 사는 동물인 개는 윤리를 모르지만 사랑을 할 줄 아는 것 같다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개에게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우리 인간이 개를 친구로 생각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울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악의가 커지면, 인간은 개만도 못해진다.”
옛날부터 강인한 생명력으로 물고기 중의 물고기, 진미 중의 진미로 꼽혀온 잉어는 어떨까. ‘진풍(陳風)’ 편의 시 ‘형문’을 소개한 뒤 풀어낸 잉어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물고기를 먹는데/ 어찌 꼭 황하의 잉어라야 하나/ 장가를 드는데/ 어찌 꼭 송나라 자씨 딸이라야 하나(豈其食魚, 必河之鯉, 豈其取妻, 必宋之子).”
미국인들은 잉어를 외래 침입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고 잉어를 먹지도 않는 반면 중국인은 물론 일본인들은 잉어를 아주 좋아한다. 잉어는 또 행운이나 성공의 상징하기도 한다. 중국에는 잉어가 용문을 통과하면 용이 된다는 등용문 전설이 있고, 일본에선 5월 ‘어린이의 날’에 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잉어 모양의 깃발을 문 앞에 세워놓는다.
주요 클래식 음악은 책 안에 QR코드를 넣어둬 독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곡이 담긴 공연 영상을 유튜브로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이들 클레식을 배경으로 한 발레 공연이나 극음악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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