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구절·유학 개념 연결.. 서양인이 쓴 '인생 수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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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선교를 위해 1601년 명나라로 들어온 스페인 선교사 판토하는 자신의 책 '칠극'(七克)에서 '나태함'을 이렇게 질책했다.
"사람의 마음은 땅과 같아서 오래도록 갈고 김매지 않으면 반드시 가시덤불이 생겨난다. '성경'이 말했다. '내가 게으른 사람의 땅을 지나왔는데, 가시덤불로 가득하였다.' 이 때문에 극기의 공부는 잠시라도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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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선교를 위해 1601년 명나라로 들어온 스페인 선교사 판토하는 자신의 책 ‘칠극’(七克)에서 ‘나태함’을 이렇게 질책했다.
“사람의 마음은 땅과 같아서 오래도록 갈고 김매지 않으면 반드시 가시덤불이 생겨난다. ‘성경’이 말했다. ‘내가 게으른 사람의 땅을 지나왔는데, 가시덤불로 가득하였다.’ 이 때문에 극기의 공부는 잠시라도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성경 구절을 유학 개념인 ‘극기’와 연결해 설명한 판토하 책은 후기 조선에 유입되어 꽤 많은 독자를 확보했다. 사도세자는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준 책 중 하나로 꼽았고, 실학자 이익은 “유가 극기복례 가르침과 다를 게 없고, 수양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정약용도 칠극을 탐독한 서학서들 중의 하나로 들며 그 안 내용을 종종 인용했다. 당대 지식인 지지를 받으며 서학 열풍을 이끈 책이었던 셈이다.
한문 고전을 번역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한양대 정민 교수가 칠극을 번역해 출간했다. 정약용의 천주교 관련 문헌을 들여다보다 뜻밖에 이 책이 조선 지식인들에게 널리 읽혔고, 영향과 파급력이 상당했음을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칠극이 동양 지식인 사회에서 큰 거부감 없이 수용된 것은 특유의 서술방식에 힘입은 바 크다. 나태함을 극기와 연결해 설명한 것처럼 판토하는 성경 내용과 개념들을 유가적 용어를 빌려 서술했다. 이런 형식을 통해 아우구스티노, 그레고리오 등 중세의 성인과 세네카,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등 고대 철학자들의 잠언과 일화 등을 두루 활용함으로써 친밀도를 높였다. 교리 전파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양인이 쓴 수양서 같은 느낌도 준다.
칠극은 인간이 저지르기 쉬운 7가지 마음의 병과 각각의 해법을 제시한다. 교만에 맞서는 겸손, 질투를 이기는 사랑, 탐욕을 없애는 관용, 분노를 가라앉히는 인내, 식탐을 누르는 절제, 음란에 대항하는 정결, 나태를 깨우는 근면이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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