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으로 세상 바꾸는 '수학의 힘'

조성민 2021. 5. 15.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설득의 도구, 주장 근거로 절대적
과학에서 예술까지 두루 활용돼
인간사회 더 나아가게 하는 학문
일상 변화 미적분으로 파악 가능
첨단기술 등에 접목돼 발전 불러
2016년 개봉한 영화 ‘컨택트’에서 언어학자 루이즈 뱅크스가 지구에 착륙한 외계인들과 소통하는 모습. 그는 외계인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이를 통해 외계의 언어를 학습해나간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일을 하려고 시도한 학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수학이 가장 보편적인 언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가상의 외계인에게 가르치려 했다.
슈퍼매스/애나 웰트만/장영재 옮김/비아북/2만원

미적분의 쓸모/한화택/더퀘스트/1만8500원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며 살고 있지만, 한 가지 같은 개념을 공유한다. 바로 수학이다. 1+1과 1×1이 같다는 사실은 기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수학의 힘은 바로 이런 보편성에서 나온다. 모두 같은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수학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다른 설명보다 객관성을 획득하기가 쉽다. 설득의 도구, 주장의 근거로써 수학이 절대적인 힘을 갖는 이유다.

모든 힘이 그렇듯 수학의 힘도 양면적이다. 진실을 주장할 때 수학만큼 믿을 만한 친구는 없지만, 거짓말쟁이에게도 수학은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대표적인 것이 ‘통계의 함정’이다. 표본을 작위적으로 선택하거나, 소수의 사례를 과대평가하는 등 특정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계를 멋대로 이용하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정치가이자 작가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나 웰트만/장영재 옮김/비아북/2만원
책 ‘슈퍼매스’는 마치 ‘슈퍼파워’와 같은 수학의 힘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수학은 이 같은 지위를 누릴 자격이 있는지 등을 총 5단계의 질문으로 시험했다. 이 질문들을 통해 저자는 수학의 보편성을 탐구하고, 필승의 전략이 있는지 살펴본다. 또 수학이 공정성을 수호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태를 악화시키는지 사례를 통해 점검했다. 수학이 미학적 관점에서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풀어냈다. 다만 이 책의 목적은 절대적인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수학의 본질과 잠재력을 인지하고, 그 힘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느끼게 하는 것. 그리고 그 힘을 다루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수학은 생각보다 널리 사용된다. 고대 석판의 내용을 해독하는 고고학자, 전염병 확산을 분석하는 역학자, 선거구 구획의 불공정을 주장하는 정치인 등 수학의 촉수는 과학, 정치, 역사, 교육 심지어 예술의 영역까지 뻗어 있다. 수학은 단독으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완벽한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기반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수학은 인간 사회를 더 나아가게 하기 위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장에서 어느 지역으로 구호품을 보내야 하는지, 백신 접종률은 어떻게 되는지 등 모든 단계에서 수학이 필요하다. 수학자는 이때마다 데이터를 통해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를 해결할 수학적 기법을 찾는 역할을 한다.
한화택/더퀘스트/1만8500원
세상 모든 데이터는 변화한다.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대표적인 것이 미적분이다. 책 ‘미적분의 쓸모’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률 등 일상의 모든 변화를 미적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일 확진자는 합쳐지는 양이고 누적 확진자는 합쳐진 결과량이다. 일일 확진자를 모두 합치면 누적 확진자가 되고 누적 확진자의 변화율은 일일 확진자가 된다. 일일 확진자는 증가 속도를 나타내는 미분값에 해당하며, 누적 확진자는 일일 증가분을 적분한 값에 해당한다.

저자는 미적분이 행성의 위치나 속도, 사람과 세월, 첨단기술의 원리, 자연현상 등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에 ‘미적분을 안다는 것은 곧 세상을 읽어내는 힘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적분의 원리를 통해 인체에 칼을 대지 않고도 염증 및 암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었고, 한 줄의 미분방정식을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는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인간이 미적분을 이해하지 않았거나 그 쓸모를 제대로 이용할 줄 몰랐다면 오늘날과 같은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로켓 발사, 차량 속도 측정, 단층촬영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를 비롯해 경제예측, 기상예보와 같이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미적분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사례로 보여준다.

평생 미적분을 다뤄온 수학·공학자들도 입을 모아 ‘어렵다’고 말한다. 미적분 계산은 너무 복잡해서 컴퓨터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동안 미적분 관련 교양서는 이러한 미적분을 쉽게 이해하고 ‘수식을 얼마나 정확하게 풀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미적분의 개념만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보통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라도 컴퓨터를 사용하고, 스마트폰의 구조를 몰라도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미적분을 이해하는 것은 새로운 교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