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 30년..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변화상 분석

강구열 2021. 5.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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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가 2만엔 밑으로 떨어졌다.

고도 성장을 당연하게 여겼던 버블 붕괴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일본인이 만들어졌다.

일본을 대표하는 논객 사토 마사루와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 가타야마 모리히데는 버블 붕괴 이후 젊은이 특성을 이렇게 파악한다.

먼저 버블 붕괴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시 일본 사회를 경악시킨 사건들과 우경화 원점이 된 6년간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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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마사루·가타야마 모리히데/송태욱 옮김/열린책들/2만2000원
일본은 어디로 향하는가/사토 마사루·가타야마 모리히데/송태욱 옮김/열린책들/2만2000원

1990년 10월,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가 2만엔 밑으로 떨어졌다. ‘버블 경제’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고도 성장을 당연하게 여겼던 버블 붕괴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일본인이 만들어졌다. 일본을 대표하는 논객 사토 마사루와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 가타야마 모리히데는 버블 붕괴 이후 젊은이 특성을 이렇게 파악한다.

가타야먀=“지금이 전부라는… 찰나주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에게는 ‘지금이 좋으면 된다’는 측면과 5년, ‘10년 후를 생각해도 의미가 없다’며 체념하는 측면이 다 있겠지요.”

사토=“아동 심리학에서 3, 4세 아동은 ‘지금’이나 ‘그 이외’라는 시간 인식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것과 비슷하지요.”

타인과 사회, 국가를 믿을 수 없어 돌다리도 두드려보며 건너고, 모험주의는 좋아하지 않고 현상 유지에 관심이 큰 이런 사람들을 가타야마 교수는 아키히토 일왕 연호 헤이세이(平成, 1989~2019년)에서 딴 ‘헤이세이인’이라고 부른다.

책에서 두 사람은 헤이세이 시대 시작부터 끝까지 구석구석 파헤치며 특정한 사건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살핀다. 먼저 버블 붕괴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시 일본 사회를 경악시킨 사건들과 우경화 원점이 된 6년간을 이야기한다. 뒤이어 1995년 도쿄 지하철에서 독가스 테러를 감행한 옴 진리교가 등장한다. 가타야마 교수는 옴 진리교가 1960년대부터 시작한 일본의 종말론적 배경과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들은 또 현재 일본 정권 원형을 고이즈미 정권의 ‘극장형 정치’에서 찾으면서 돌이킬 수 없는 빈부 격차의 출발이 된 파견 사원 문제 등을 분석한다. 일본 사회의 급격한 우경화를 이끈 아베 정권에 대해서는 ‘돌아온 아베 신조’라는 제목을 달아 한 장을 할애했다. 아베 정권이 국민에게 심어 준 건 니힐리즘이며, 아베는 반지성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헤이세이사에서 가장 큰 위기였고,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이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비판에서는 ‘선진국 일본’의 실상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인 1999년 도카이무라 JCO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있었다. JCO 직원 두 명이 사망하고, 피폭자가 600명이 넘었던 이 사고는 원전이 ‘휴먼 에러(인간의 잘못)’에서 벗어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으로 이어지며 “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노동자가 가장 위험한 현장을 지탱하는” 원자력 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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