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뮤다 CEO가 싸워 얻은 답 "인생은 짧다"
테라오 겐의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영화 ‘크리드2’에서 주인공인 아도니스 크리드는 ‘록키’에서 이탈리안 종마 록키 발보아에게 기회를 주던 챔피언 아폴로의 아들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갈망하던 세계 챔피언이 되는데 경기 장면도 승리하는 순간도 영 매가리가 없다. 챔피언이 되어도 가슴이 뛰지 않자 크리드는 당황한다. 이재에 밝고 뉴스거리를 만드는 데 능한 프로모터(흥행 기획자)가 등장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소련의 전설적 복서 드라고의 아들과 크리드의 경기를 선동하며 이렇게 말한다. 헤비급 챔피언 77명 중에서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도대체 몇 명이지?
테라오 겐이란 남자가 있다. 일본의 가전제품 회사 발뮤다의 창업자다. 그가 쓴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아르테)란 책을 읽기 전까지 발뮤다는 죽은 빵도 살린다는 토스터와 터무니없이 비싼 선풍기를 만드는 회사로만 알고 있었다. 엘리트 코스를 거친 디자이너가 명문 대학 출신 엔지니어를 만나 만든 회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나서 테라오 겐은 17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학은 다녀본 적 없는 이름 없는 밴드의 싱어였다는 걸 알게 됐다. 책은 발뮤다를 만들기 전까지 겪은 방황을 비장하면서도 비정하게 묘사한다. 부모가 이혼하고, 열네 살 때 엄마가 죽고,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폭주족이 되어 삐뚤어지다가, 고등학교를 때려치우고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경비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받은 보험금이다.
이 책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가수가 되려고 했다가 그마저도 실패한 남자가 어떻게 유명한 가전 회사의 CEO가 되었는지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한 아이가 왜 싸워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 얻은 의미에 관한 책이다. 왜 싸우는지를 깨달은 인간은 어마어마한 힘과 에너지를 발휘한다. 사람들 눈에 그럴듯해 보이는 성취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이 하는 싸움의 의미는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모든 챔피언이 링 위에서 정답을 얻고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싸움의 의미를 찾는 것일까 아니면 의미를 찾기 위해서 싸우는 것일까. 인간은 행복을 위해 산다고 하지만 과연 의미를 찾지 못한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 테라오 겐의 삶에서 무엇이 터닝 포인트였는지는 이 책 56페이지에 나온다.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서 배웠다. 인생은 짧다.” 김동조·글 쓰는 트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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