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재봉틀史에는 여성 해방 역사도 있어
신동흔 기자 2021. 5. 15. 03:01
팀 하포드의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팀 하포드 지음|김태훈 옮김|세종|408쪽|1만9000원
1893년 앤절린 앨런이라는 미국 여성이 뉴욕 외곽 뉴어크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당시 언론은 “그녀는 바지 차림이었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조력자 없이 자전거를 타는 여성의 모습은 그때까지 있었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여성 해방의 역사에서 지분을 확보했다.
재봉틀도 ‘투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 여자는 기계를 다루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제품 판로를 막았다. 이를 깨뜨린 것이 ‘가정을 꾸리는 여성에게만 직접 판매합니다’란 광고 문구. 여성을 ‘가정 내 의사 결정자’ 지위로 올려 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물건은 본래 쓰임새와 별개로 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벽돌, 우표, 안경, 석유, 포르노, 생리대 같은 것들의 기원을 되짚는 차원을 넘어, 이를 사용한 인간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주는 책.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한 편 한 편 깨알 같은 각주와 인용을 통해 단순 정보를 넘어서는, 지적인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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