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온택트 콩글리시였다니
박혜민·Jim Bulley 지음
쉼
맙소사. 하루에도 여러 번 접하는 ‘언택트(untact)’가 한국에서 만든 단어로 외국인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라니. 심지어 ‘온택트(ontact)’도. 줄곧 ‘바텀업(bottom up·원샷 의미)’을 외쳤는데, 미국·영국의 20·30대가 “책에서 읽은 적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본 적 없다”고 할 정도로 고어(古語)였다니.
영어신문 ‘코리아중앙데일리’에서 근무하는 저자들이 한국 소식을 영어로 전하며 부닥친 얘기가 담긴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의 일부 내용이다. 사실 대개 영어 앞에 주눅 든다. 콩글리시 공포증은 풍토병이기도 하다. “재미로 읽는 영어에 관한 책, 또는 영어 단어로 풀어본 시사 교양 서적”을 표방한 저자들은 “영어의 80%가 다른 나라 언어에서 빌려와 현지화한 단어들로 이뤄진 것처럼 콩글리시는 영어를 활용해 한국어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만세!
덤으로 영어·한국어를 통해 두 언어권을 비교해볼 반짝이는 순간도 있다. 영국 BBC에서 웨일스에서 잡힌 골뱅이가 한국에서 인기란 기사를 쓰면서 ‘애프러디지액(aphrodisiac)’이란 단어를 쓴 게 한국에선 ‘최음제’로 번역되면서 벌어진 소동도 그중 하나다. 영국에선 굴·초콜릿처럼 로맨틱한 감정을 돋우는 음식이란 의미로 쓰였다는데 갑자기 19금(禁) 얘기로 둔갑했었다.
‘위성정당(satellite party)’-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이 있었다-을 들었을 때 저자들은 “위성들이 모여서 파티를 한다니 엄청난 우주쇼가 펼쳐지는가 보다 했다”는 대목에선 쓴웃음이 나온다. 서구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상이었던 게다.
한 가지 유념할 게 있다. 요즘 영어다 보니 “Sam Smith is a singer. They are walking in the street”이란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they’는 샘 스미스로 단수다. 영어 문법 시험 땐 유의해야겠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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