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박나래 성희롱 논란, 서구에선 웃어넘길 꽁트"

남지현 기자 2021. 5. 1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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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나래의 ‘성희롱 논란’이 미국 주요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보도됐다. 뉴욕타임스는 서구 기준으로 봤을 때 웃어넘길 수준의 ‘꽁트’가 한국에선 몇 주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박나래 성희롱 논란을 보도한 기사.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개그에 남자 인형을 사용한 그녀, 성희롱으로 고발당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불거진 박나래의 ‘성희롱 논란’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박나래는 남자 인형의 플라스틱 팔을 다리 사이에 끼우며 성적 뉘앙스가 담긴 발언을 했다”며 “이 같은 행동은 서구 코미디 기준으로 볼 때 모욕적이라 보기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큰 논란으로 비화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부 분개한 젊은 남성들이 그녀를 성희롱으로 고발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논란은 몇 주째 대서특필되고 있으며 한국 여성 개그맨 최초로 넷플릭스에서 스탠딩쇼를 선보인 그의 커리어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박나래는 지난 3월 유튜브에 올라온 웹 예능 ‘헤이나래’에서 ‘암스트롱맨’이라는 플라스틱 남자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성희롱성’ 발언과 행동을 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지난 3월 유튜브에 올라온 '헤이나래' 영상 중 박나래의 성희롱 논란이 일었던 장면. /유튜브

뉴욕타임스는 박나래 지지자들이 “한국 사회가 남성의 성적 욕망에는 너그러운 반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에게는 가혹하다”고 말한다며 그들은 이번 논란도 “한국 사회의 이런 이중 잣대를 드러낸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문화인류학자 모현주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박나래의 꽁트가 한국 남성들의 심기를 건드린 건 그것이 여성들도 자유롭게 자신의 성적 충동을 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암시했기 때문일 수 있다”며 “동시에 한국 여성들은 온라인상에서 한국 남성들이 벌이는 여성혐오적 활동들을 보며 ‘그들이 박나래를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박나래를 비난하는 이들은 웹툰작가 기안84와 박나래를 비교한다. 앞서 기안84는 자신이 그리는 웹툰에서 여성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성관계를 이용한다고 암시했다가 여성들의 쏟아지는 항의에 출연하던 코미디 쇼에 4주간 출연하지 못했다.

박나래를 비난하는 측에선 기안84와 마찬가지로 박나래도 자기 행동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박나래는 최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논란과 관련해 언급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MBC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박나래를 향한 비난 여론이 여성혐오적이고 극우적인 웹사이트에서 파생된 게 아니라 주류 사회의 일반적인 남자들에게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남성들은 여성들이 취업 시장에서 경쟁자가 되면서 결혼시장에선 보다 큰 주도권을 갖게 됐다고 본다”며 “‘왜 여자들만 지원해주는 거냐. 나는 군대도 다녀왔는데 날 위해 하는 건 뭐냐'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성차별이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있다고 지적하며 “공중 화장실과 탈의실 등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하는 남자들이 만연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수많은 여성혐오적 게시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남성 연예인이나 공인들은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고도 박나래처럼 도마에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박나래는 논란 직후 공식 사과하고 웹 예능 ‘헤이나래’에서 하차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곧 폐지됐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달 30일 박나래 성희롱 논란 관련 고발을 접수하고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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