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집결하는 이스라엘 탱크들, 전면전 초읽기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5. 1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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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이어 지상군 포격… 팔레스타인과 7년전 전쟁 재연 우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 내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격렬해지는 가운데 13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155㎜ 자주포가 트레일러에 실려 가자지구 인근으로 운반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4일 전투기 160대를 동원해 하마스 시설을 공습하는 동시에 가자지구 근처에 배치된 포병 부대와 기갑 부대가 대규모 포탄 공격을 시작했다. 지난 10일 시작된 양측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규모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공습 수준을 넘어 지상군 투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양측 간 전면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14일(현지 시각)에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하마스의 저항이 계속되는 가자지구를 대대적으로 포격하기 시작했다.

이날 새벽 이스라엘군은 트위터를 통해 “공군과 지상군이 현재 가자지구를 공격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160대를 동원해 공습하는 동시에 가자지구 경계선 근처에 포병 부대와 기갑 부대를 배치하고 탱크와 대포를 동원한 포탄 공격을 시작했다. 지상 포격을 시작한 지 35분 만에 포탄 450발을 발사했다. 이에 맞서 하마스는 로켓포를 대량으로 이스라엘 쪽에 쏘며 대응했다.

14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안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따라 지난 10일 시작한 양측의 무력 충돌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3일까지 ‘로켓포 대 전투기’의 공중전만 치렀지만 이날부터 지상전까지 벌이기 시작해 충돌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집중 공습, 포격한 목표물은 ‘메트로’라고 부르는 하마스의 지하 시설이다. 메트로는 하마스 대원들이 유사시 지하에 숨어 군사작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로 약 150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이 지상 포격을 시작함에 따라 인명 피해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14일 현재 어린이 31명, 여성 20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가 최소 122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최소 900명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측도 6세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사망자가 7명 발생하고 부상자가 200명이 넘는다고 했다.

하마스가 닷새 동안 발사한 로켓포는 1800여 발이며, 그중 90%는 공중에서 요격됐다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 내 정예 부대인 알카셈 여단을 이끌던 바셈 이사 사령관을 포함해 하마스 측 고위 간부 30여 명을 살해했다고 했다.

고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경계 바깥에 배치한 지상군을 실제로 가자지구 안으로 투입하느냐 여부다. 지상에서 전면전을 치르면 팔레스타인의 민간인을 중심으로 희생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의 지상군 병력이 가자지구 안으로 침투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양측은 이른바 ’50일 전쟁'을 치렀고, 치열한 지상 전투로 양측 사망자가 2200여 명에 달했다.

히다이 질베르만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지상군의 가자지구 침투를 고려하지만 결정까지 며칠 걸릴 것”이라며 “병사들이 지형을 익히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공습과 포탄 공격으로 하마스 측에 얼마나 타격을 가하는지 확인하고, 무력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서방 반응도 살펴본 뒤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2014년 ’50일 전쟁'이 벌어졌을 때는 본격 무력 충돌이 벌어진 지 열흘 만에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가자지구 안으로 들어갔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협상 등으로 교전이 중단될 때까지 어떻게든 하마스에 강력한 타격을 입힐 방침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리오 할라트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휴전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전면 지상전에 대비해 예비군 약 9000명을 소집했다. 가자지구 경계에서 4km 이내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을 내렸다. 이와 관련,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어떤 영역에 어떤 식으로라도 지상군이 급습한다면 적군(이스라엘)에서 사망자와 포로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16일 이번 사태를 논의하는 긴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회의는 원래 14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미국 반대로 이틀 미뤄졌다. 이스라엘의 핵심 동맹인 미국은 하마스가 먼저 로켓포 공격을 했다며 이스라엘의 반격을 옹호하는 태도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 측에 중대한 과잉 대응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상군 교전까지 확대돼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는 것은 막으려 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헤이디 아므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담당 부차관보를 현지에 급파했다. CNN은 “미국이 유엔을 통하기보다는 직접적 외교 활동으로 양측 다툼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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