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호소해도 "네 잘못"..'최숙현 사건' 1년 바뀐 게 없다

신지수 2021. 5. 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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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팀이나 책임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해당 선수는 소속팀 코치와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오히려 선수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질책을 들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신지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해당 선수는 계속 참다가 결국, 코치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했습니다.

[A 선수/음성변조 : "전화로 '선생님' 이렇게 울면서 저 너무 힘들다, 부모님 욕도 하고 언니들이 저한테 막 대한다..."]

코치는 도리어 자신을 탓했다고 해당 선수는 주장합니다.

[A 선수/음성변조 : "내용은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고, '언니들이 너한테 그러는 건 너한테 문제 있는 것 아니야?' 이런식으로"]

다른 선수들을 불러모으더니, 자신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도록 시켰다는 게 해당 선수 말입니다.

[A 선수/음성변조 : "다같이 둥글게 앉으셨어요. 그런데 저를 혼자 거기에 앉혀놓고, 다른 선수들한테 'OO한테 불만 한 가지씩 얘기해' 이런식으로 해서"]

답답한 마음에 다른 팀 선수에게 상담을 하러 새벽에 숙소를 나갔고 감독은 무단 이탈이라며, 훈련에서 배제하는 근신 처분을 내렸습니다.

회사 규정엔 아예 없는 징계고, 상벌심의위원회도 열지 않았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체육 지도자는 인권 침해가 의심만 되도, 스포츠 윤리센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 탁구팀에선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감독은 괴롭힘과 집단 따돌림은 없었다면서, 만약 괴롭힘을 당했다면 당사자의 행동이 더 나빴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코치도 피해자가 될 만한 일이 없어, 고충처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선수들과 모인 건 인정했지만, 서로 뭘 원하는지 듣고 얘기하는 자리였다고 반박했습니다.

해당 선수는 탁구팀을 운영하는 대한항공에도 상황을 알렸지만, 탁구팀 담당 부서가 선수들을 면담한 게 전부였습니다.

[문경란/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요. 선수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겠습니까?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까 이런 스포츠계 인권침해는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피해를 호소한 선수는 최근까지 가해자로 지목한 선수와 같은 숙소를 쓰다가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분리 조치됐습니다.

이 선수는 지방노동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인권침해 사실을 조사해달라며 진정을 넣었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 황종원 최석규/영상편집:차정남

신지수 기자 (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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