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교육위법, 백년대계 고민 없이 밀어붙일 것 아니다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교육공약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가시화됐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3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가교육위법)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 내 ‘패스트트랙’과 같다. 국회법에 따라 30일 이내 교육위 표결을 거치면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놓게 돼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국가교육위 설치는 단순히 위원회 조직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국가교육의 틀과 시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교육의 미래가 걸린 문제가 제대로 된 토론과 숙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자는 국가교육위의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2017년 대선 땐 주요 후보 모두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기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모든 정책은 현실과 조화를 이루며 어떻게 잘 정착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교육은 미래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쳐 더욱 꼼꼼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에 통과된 여당 안은 국가교육위를 대통령 소속 기관으로 하고 있고, 위원 21명 중 최소 11명이 친정부 성향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독립성을 보장할 방안이 담보되지 않고는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 기구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옥상옥’ 가능성이다. 국가교육위는 장관급 위원장 1명과 차관급 상임위원 2명, 고위공무원단 10명을 포함해 최소 104명의 규모로 꾸려진다. 교육부를 그대로 두고 국가교육위만 설치한다면 ‘돈 먹는 공룡 조직’이 될 공산이 크다.
다원화되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병을 앓고 있는 교육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틀을 깨려면 다양한 시선에서 열린 논의로 교육의 지반을 흔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법안에 담긴 위원 구성대로라면 또 교육계 중심이다. 교육의 당사자들과 일반 시민들, 산업·경제·노동·복지·문화 전문가들이 수십번, 수백번의 토론으로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미래를 그려야 한다. 그런데 누가 국가교육위 출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지를 보면, 교육계의 밥그릇 챙기기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백년대계의 틀 만드는 일을 이렇게 쫓기듯, 밀어붙이듯 추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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