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아! 체르노빌
[경향신문]
역사 속의 많은 현자(賢者)들이 인간의 무지, 그 무지함을 모르는 오만을 경고했다. 무지 속의 오만이 개인의 삶은 말할 것 없고 한 사회와 세상을 위험과 고통에 빠뜨려서다.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대표적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게 진정 아는 것(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이라고 했다. 후대 사람인 소크라테스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며 무지함을 알아차리라고 말했다.
‘인류 최악의 참사’를 낳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에 과학자들의 걱정스러운 눈길이 쏠리고 있다. 1986년 4월26일 폭발사고로 폐쇄된 원전에서 다시 핵분열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외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폐쇄 원자로에서 중성자 수 증가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중성자 수의 증가는 핵분열의 진행을 의미한다. 문제의 원자로는 폭발사고 후 들이부은 콘크리트에 파묻힌 뒤 콘크리트의 노후화가 진행돼 2016년 다시 강철 덮개가 씌워졌다. 현재까지의 분석으로는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위한 새 강철 덮개가 중성자 수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직 인류는 원자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지 여부도 정확히 모른다. 워낙 높은 수준의 방사능으로 원자로 내부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직간접적으로 9000~11만5000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약 43만명은 암이나 기형아 출산 등 각종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체르노빌 원전 반경 30㎞ 지역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당시 파괴된 주변 생태계의 회복이 언제쯤 가능할지도 아직 알지 못한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해 비난받고 있다. 오염수 방류가 해양생태계와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얼마나 어떻게 줄지 명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무지함을 인식하지 못한 채 내린 오만한 결정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죽음의 땅’인 체르노빌 원전은 과학에 대한,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오만의 생생한 증거다.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000여년 전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경고를 되새겨야 할 때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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