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어 폐업 위기, 아들·며느리가 바꾼 감성 공간

이정희 입력 2021. 5. 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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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JTBC 교양 프로그램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 4부 '서점 그 이상의 서점'

[이정희 기자]

책을 산다고 하면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게 일상인 요즘, JTBC <장동건의 백투더 북스 4부>-'서점, 그 이상의 서점'은 전국 곳곳의 작은 서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증가하는 독립 서점
ⓒ 퍼니 플랜
 
위의 표에서도 보여지듯이 지난 3년 사이 독립 서점이 3배나 증가했다(출처 : 퍼니플랜).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독립 서점들이 증가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찾아 누리는 20~30대를 중심으로 독립 서점이 인기있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독립 서점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서점들도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변모하는 중이다.
 
 <백투더 북스 - 4부 서점, 그 이상의 서점>
ⓒ jtbc
 
작은 서점들의 약진 

서점이 변화하고 있다. 양평동에 있는 작은 책방 '프레센트 1.4'에 들어서면 책과 함께 좋은 향기가 손님을 맞는다. 그런데 이곳 책방의 책들은 독특하게도 포장이 되어있다. 세상은 넓고 책은 많지만 막상 무슨 책을 선택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서점 주인이 직접 읽고 뽑은 키워드가 놓여 있다.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책만이 아니다. 책과 어울리는 '향기'도 판다. 조향사 자격증을 가진 서점주가 책을 사면 거기에 어울리는 향수를 조합해 준다. 독자가 책에 맞는 향을 조합할 수 도 있다.

도심 한 가운데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깬 서점도 있다. '오월의 푸른 하늘'이 자리한 곳은 서울에서 떨어진 이천이다. 시골 마을에 자리잡은 고즈넉한 한옥, 심지어 이곳에서 책을 보려면 예약을 해야한다. 

일본에서 외롭게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던 서점주는 책을 읽어주시던 외할아버지의 추억을 살리기 위해 고향 마을에 책방을 열었다. 꼭 책을 사야한다기보다는 나들이, 힐링을 위한 공간,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서점을 이곳 시골 마을에 연 것이다.

서점을 넘어 문화 예술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순화 동천'도 있다. 서울 중구 순화동 아파트 사이에 자리잡은 '순화 동천', 이곳은 한 출판사가 지난 40년 동안 출간했던 책을 모아놓은 박물관 같은 공간이다. 하지만 '순화 동천'은 책을 전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과 함께 인문학 강좌를 열기도 하고 다양한 예술 문화 행사를 통해 서점의 지평을 열어가는 중이다. 
 
 <백투더 북스 - 4부 서점, 그 이상의 서점>
ⓒ jtbc
 
전통의 모색 

서점의 역사는 깊다. 6.25 전쟁을 겪으면서도 피난지 부산으로 내려간 사람들은 책을 구했다. 노점에 책을 늘어놓고 팔 던 것이 오늘날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 전통의 시작이다. 어려운 형편에 이곳에서 헌 책을 사서 보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주역이 되었다며 헌책방 주인은 자부심을 내보인다. 

하지만 책을 사서 공부하던 젊은이들이 발전의 주역에서 은퇴하는 시절동안 보수동 헌책방도 함께 나이가 들어갔다. 이곳을 찾는 발걸음도 뜸해졌다. 이에 책방 골목은 책을 파는 것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의 탈바꿈을 모색한다. 헌책방을 배경으로 흑백 사진을 찍어주며 젊은이들의 레트로 감성에 호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1953년에 개업한 서울 혜화동의 '동양 서림' 역시 변화하는 중이다. 빼곡하게 책으로 채워진 공간을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리뉴얼했다. 또한 창고로 쓰던 2층을 고쳐서 특색있는 시집을 전시하기도 한다. 아래층 구 서점과 위층 독립 서점의 콜라보가 65년 전통의 동양 서림이 선택한 방식이다. 한때는 사람들이 북적이던 혜화동 거리, 상권의 변화와 함께 뜸해진 사람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작가와의 만남, 낭독회, 독서 모임 등도 준비 중이다. 책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의 새로운 지향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아 서점'의 변모는 성공적이다. 할아버지가 여시고 아버지가 대를 이어 꾸려가던 서점은 2000년대 이후 손님이 줄어 영업점의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서점을 이어받은 아들과 며느리는 1956년 문을 열어 속초를 찾던 소설가와 시인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서점을 관광지의 감성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진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을 거쳐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하는 '진주 문고', 한 명의 아이를 기르기 위해 필요한 '마을'의 역할을 자처했다. '서점보다는 도서관'이라는 인식이 가능케 하는 자유로운 공간, 거기에 신문이나 뉴스 채널처럼 '이슈'에 맞춘 직원들의 신간 추천, 무엇보다 한 밤 서점 옥상에서 열리는 낭독회는 삭막해져가는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적 모색에 선두적 역할을 한다.  

이미 청소년 인문학 서점으로 명성이 자자한 부산의 '인디고 서원'은 그 인문학적 전통을 청소년 인문학 강의와 청소년들이 주역이 되어 만들어 내는 잡지 '인디고잉'을 통해 확산시켜 가는 중이다. 
 
 <백투더 북스 - 4부 서점, 그 이상의 서점>
ⓒ jtbc
 
'모든 책을 팔지 못한다면 좋은 책을 선별하여 팔겠다.'

20004년 정신적 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책의 정원을 만들고자 했던 인디고 서원 대표의 말이다. 많은 작은 서점들의 취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독립 서점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만은 않다. 하루에 책 한 권을 팔지도 못하는 날이 있다는 서점주의 하소연도 새롭지 않다. 뜻을 가지고 문을 열었던 지역의 서점들이 연이어 문을 닫는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대전 수성구의 독립 서점 '도시 여행자'도 다르지 않은 운명에 처했다. 아날로그 감성의 대흥동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서점, 하지만 지역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자 더불어 임대료가 올라갔다. 그곳을 문화적 공간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던 젊은 점주들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시 여행자'라는 독립 서점의 상징성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제 도시 여행자를 이끌었던 점주는 두 번째 오픈을 준비한다. 시민들이 그들과 함께 한다. 시민들과 함께 공간을 소유하며 문학 모임, 글쓰기 등 지적인 플랫폼으로 활용해나갈 예정이다. 

2001년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 독립 서점들, 그리고 기존 서점들의 변화는 우리 사회 문화적 감성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종이로 된 책을 읽는 게 낯설어 지는 세상에서 여전히 문자 문화의 선봉대는 각개 약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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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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