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1만8000명 그림쇼핑..부산미술전서 첫날 반나절만에 130억
아트부산 개막전부터 장사진
아트부산 주최 측은 "10년 만에 사상 최대 VIP가 방문했으며 개막 1시간 전부터 줄을 선 것도 처음"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미술 허브 홍콩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이 부산에서 재현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역대급 성황이었다. 미술품 재테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컬렉션 기부와 함께 미술품에 대한 투자 열기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서울 청담동 리운갤러리는 한국 추상화 선구자 김환기 유화 '무제'를 11억원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갤러리 페레스 프로젝트는 수천만~수억 원대 전시작 16점을 첫날 모두 판매해 다음날 전시작을 교체해야 했다. 아르헨티나 작가 애드 미놀리티, 페루 출신 파올로 살바도르, 미국 작가 도나 후앙카 등의 개성 강한 작품들로 시선을 끌었다.
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은 "VIP 개막 첫날 매출이 130억원을 넘겼다. 16일 폐막까지 판매액을 합치면 최소 2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외국 유수 아트페어에 나가지 못하는 국내 미술품 컬렉터들이 유럽과 미국 유명 갤러리 18곳이 참가한 아트부산으로 몰려온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 규제 등으로 막히자 취득세·보유세가 없는 미술품 재테크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작년 판매액 150억 하루만에 육박
아트부산서 김창열·이우환 흥행
이건용·이강소 작품도 인기
부산시립미술관·현대미술관도
굵직한 전시로 '미술도시' 도약
유럽 정상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부스에서는 독일 작가 다니엘 리히터의 7억원대 2018년 대작 'Sick music',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6억원대 작품 등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135만유로(약 18억5000만원)에 나온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 2019년 작 'Die Reihen geschlossen'도 판매 예약자가 나선 상태였다. 금빛 바탕에 거꾸로 서 있는 검은 두 사람을 그린 회화로 이번 아트부산 최고가 출품작이다. 미국 개념미술가 도널드 저드, 독일 작가 요제프 보이스, 미국 화가 로버트 라우션버그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관리하는 타데우스 로팍은 한국 판매가 급증해 올해 가을 서울 한남동에 갤러리를 오픈할 예정이다.
국내 갤러리들도 역대급 판매 실적을 올렸다. 국제갤러리는 6억8000만원이 넘는 추상화가 유영국 1978년 작 '작품', 단색화 거장 하종현의 3억원대 '접합' 시리즈 2점, 1억5000만원이 넘는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 2021년 작을 비롯해 프랑스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 설치미술가 강서경, 사진가 구본창 작품 등을 팔았다고 밝혔다.
서울 한남동 아트앤초이스 갤러리는 개막하자마자 이우환 작품 4점과 이강소 작품 1점을 판매했으며, 지난 1월 타계 후 가격이 급등한 김창열 물방울 회화 구입 문의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물방울 그림을 사러 온 미술품 딜러는 "아트부산에 나온 김창열 작품 중 인기작은 이미 다 팔려 예약을 해도 구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갤러리현대는 내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전시를 앞둔 신체 드로잉 화가 이건용 전시작 11점을 팔았으며 실험미술가 이강소 작품도 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아직은 수억 원대 작품 구입이 조심스러운 젊은 컬렉터들이 1200만~2200만원대 이건용 소품을 주로 사갔다"고 말했다. 리안갤러리도 이건용을 비롯해 추상화가 남춘모, 김택상, 미국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 릭 프롤 작품을 판매했다.
올해 아트부산은 여느 해보다 갤러리 전시작 수준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특별전도 인기를 끌었다. 관람객 그림자가 7가지로 나타나는 덴마크 작가 올라푸르 엘리아손 미디어아트 작품, 영국 템스강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연어, 빙어, 유럽 잉어를 대형 풍선으로 만든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 설치 작품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대박 행진 속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아들이 운영하는 부산 조현화랑은 숯 작가 이배, 단색화 거장 박서보, 추상화 거장 이우환 대작을 전시만 하고 판매는 하지 않았다. 부산시가 지원하는 아트페어에서 미술품을 파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이다. 9개국 외국 갤러리 18곳과 국내 갤러리 92곳 등 총 110곳이 참가한 아트부산은 16일까지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코로나 시대를 치유하는 기획전 '이토록 아름다운'(9월 12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은 '시간여행사 타임워커'(8월 20일까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9월 22일까지) 등 전시로 미술 도시로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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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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