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엔 배당 줄이라더니 정부는 국책銀 고배당 꿀꺽

양연호 2021. 5. 14.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산당국의 '내로남불' 논란
산업·기업銀 배당 1천억 증가
배당성향 시중銀 권고 웃돌아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로부터 올해 배당금으로 1년 전보다 1000억원 늘어난 4406억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경우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하라며 민간은행들에 배당 자제를 권고했는데, 정부는 되고 민간은 안 된다는 이른바 '내로남불'식 접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기재부는 '2021년 정부출자기관 배당 결과'를 공표하면서 올해 39개 정부 출자기관 중 22곳에서 배당금 1조4396억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과 비교해 356억원(2.5%)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성향은 36.92%로 전년 대비 4.34%포인트 상승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주요 출자기관 당기순손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공사의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과 유배당기관의 실적 개선 등이 배당금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소관·회계별로 보면 기재부 소관 일반회계 9194억원, 주무부처 소관 특별회계·기금 5203억원이 배당금으로 채워지게 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부 출자를 받은 정책금융기관이 정부에 지급한 배당금 총액이 코로나19 사태가 반영되기 전 실적을 반영해 1년 전 지급했던 규모보다 1000억원가량 늘어났다는 점이다. 올해 배당성향을 은행권 최고 수준인 29.5%로 결정한 기업은행에서 기재부는 배당금 2208억원을 챙겼다. 전년보다 배당성향은 다소 줄었지만 배당금 액수는 550억원 늘어났다. 산업은행도 올해 1925억원을 기재부에 배당금으로 지급하는데 이는 2015년 '통합 산은' 출범 이래 최대 액수다. 수출입은행의 올해 기재부 배당금 액수는 273억원으로 1년 전보다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40%에 근접했다.

문제는 정부가 민간 시중은행들에 배당을 통한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고 자기자본을 쌓을 것을 권고하면서 정작 기재부가 출자한 정책금융기관은 정부가 손실을 보전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권고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실물경제 자금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 배당 제한 등 자본 보전 조치를 도입했다. 한국도 올해 1월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의 배당성향을 오는 6월 말까지 순이익의 20%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 상황이다.

정부는 2014년 출자기관 평균 배당성향을 25%에서 2020년 40%까지 확대하는 중기 배당 방향 정책을 수립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비중을 경직적으로 적용하면서 세수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배당은 정부 재정여건을 고려하는 동시에 배당기관의 재무건전성 등 안정적 경영에 필요한 자금 등을 고려해 기관 및 소관부처와 협의 후 확정한 것"이라며 "정부 배당에 적극 협조한 우수 배당기관으로 부산항만공사, 한국산업은행, 울산항만공사 3개 기관을 선정해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양연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