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얘들아 인성이 너희의 경쟁력이다"
32년 교수 마치고 올초 부임
'학교다운 학교' 만드는게 목표
"부모가 바뀌면 아이도 바뀐다"
대입설명회 대신 '학부모포럼
'봉사상'을 교내 최대상으로
이명학 중동고등학교 교장(66·사진)은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자기 자녀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눈여겨볼 것을 부탁했다. "중동고를 '학원 같은 학교'가 아니라 '학교다운 학교'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모양은 다 달라도 밤하늘에서 모두 제 빛을 내는 별처럼 학생 모두가 존재 가치를 인정받으면 좋겠습니다."
이 교장은 앞서 성균관대 한문교육과에서 32년간 교수로 지내다가 작년 8월 퇴임했다. 그동안 써둔 글을 정리하고 새 작업을 구상 중이던 때 학교법인 중동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서울 강남구 소재 자사고인 중동고에서 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는 올해 부임했다. "여러 사정으로 망설였습니다. 역량이 한참 부족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봉사라 생각합니다."
그는 학교의 역할이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중동고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학교법인에도 분명히 말했다. 명문대 진학자 숫자만을 학교의 변화를 나타내는 유일한 척도로 삼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사람을 양성했느냐'가 학교 교육의 참된 목적이어야 합니다. 학교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도 있고, 다른 재능을 가진 학생도 있습니다. 학생 각자가 재능과 소질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학교가 변하기 위해서는 학부모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게 이 교장의 지론이다. 최근 중동고는 '제1기 중동 학부모 포럼'을 만들었다. '부모님이 바뀌어야 자녀도 바뀐다'는 주제로 5~6월 총 7차례 강연이 진행되는 이번 포럼은 공지한 지 2시간 만에 학부모 100명이 등록했다. 강의 주제는 '인성이 최고의 경쟁력이다' '자녀의 자기주도 학습력 높이기' '아름다운 방황과 따뜻한 방목' 등이다. "학부모님에 대한 교육은 계속할 겁니다. 물론 '달걀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또 중동고는 내년 졸업생(현 고3)부터 학업 우수자에게 주는 상보다 더 큰 상을 만들어 수여한다. '미스터 중동인상'이 일례다. 재학 3년간 친구를 배려하고 의롭게 생각하는 등 희생·봉사정신이 투철한 학생에게 주어지는 이 상은 수능시험이 끝나고 고3 전체 학생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3년간 창의적인 시도를 가장 많이 한 학생(도전창의상), 책을 가장 많이 읽은 학생(다독상) 등에게도 상이 수여된다. 부상은 4년제 대학 입학금과 1년치 등록금이다. "입시 위주 분위기가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학생들도 존중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상으로 학부모와 학생 생각도 많이 바뀌리라 기대합니다."
이 교장은 두 자녀를 기르면서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했다. 딸은 예술을 전공해 제 길을 찾았고 아들은 꽃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이 세월을 기다린 부모로서는 정말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남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믿고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제 몫을 언젠가는 해냅니다."
고등학생들에게 이 교장이 주문하는 것은 하나다.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단 한 번이라도 가져보라는 부탁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내가 행복해하는 일을 찾고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세요. 게임하는 게 즐겁기는 하겠지만 인생사에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게임을 하더라도 왜 하는지 의미를 찾으면 좋지 않겠어요?"
[문광민 기자 /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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