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 의대생들 무더기 부정행위?

이평화 2021. 5. 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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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험 중 몰래 인터넷 접속해 답안 작성”

학생들 “자동접속으로 인한 오해… 억울해”

혐의 대상 17명 중 10명 퇴학·정학 등 징계 

 

미국 명문 다트머스 의대에서 학생들이 시험 중 부정행위를 한 것이 무더기로 발각돼 학교 측이 진상 조사 중이라고 보스턴글로브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학교에 실제 출석하는 대면 시험이 아닌 온라인 시험이었고 부정행위의 근거라고 학교 측이 내민 증거도 설득력이 부족해 학교 측이 과도한 조사로 무고한 학생들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다트머스 의대 학장 사무실 앞에서 묵언 시위가 진행 중이다 ©Valley News Jennifer Hauck

다트머스 의대는 원격으로 진행되는 ‘클로즈드 북’ 시험(책을 펼쳐 답을 찾아 적는 ‘오픈 북’ 시험의 반대 개념)을 치르던 중 학생 일부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증언 및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온라인 시험엔 감독관이 없단 점을 악용해 ‘캔버스(Canvas)’라는 온라인 학습관리 시스템에 보관돼있던 수업 자료를 몰래 열어 답안 작성에 참고한 것 같다’는 제보가 들어와 온라인 접속 이력을 확인한 결과, 시험이 진행되던 같은 시각에 접속한 학생들이 다수 발견됐고 이들 전원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캔버스란 학교에서 학생과 교수진이 사용하는 일종의 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다트머스 의대뿐 아니라 북미 지역 여러 대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랫폼 중 하나이다.

◆캔버스의 다양한 기능들 ©www.dartmouth.edu

다트머스 구성원 전체가 캔버스라는 공간을 통해 소통하게 되어 있는데, 해당 과목의 페이지가 생성되면 거기에 교수진은 공지사항이나 수업 자료를 올릴 수 있으며 학생들은 교수진이 올린 자료들을 확인할 뿐 아니라 과제를 제출하기도 한다. 교수진은 학생이 올린 과제에 점수를 매기고 성적뿐 아니라 출결 또한 관리할 수 있다.

조사 대상 중 몇몇은 부정행위를 바로 시인했다. 그러나 나머지 다수의 학생들은 ‘학교 당국이 제시한 온라인 접속 이력 근거가 증거로서 불충분하고 오류가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당국이야말로 캔버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른 채 무고한 학생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사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본인 소유의 전자기기가 로그인된 상태에서 캔버스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경우가 사실상 흔하기 때문이다.

결백을 주장하는 한 학생은 보스턴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조사위원회로부터 공문을 받았을 때, 내 부정행위를 입증할 만한 완전 무결한 데이터를 학교 측이 확보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전했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반박할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몹시 당혹스러웠다는 것이다.

◆ 시위 현장에서 동기들의 지지 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Valley News Jennifer Hauck

학생들은 조사 방식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학교 측이 확보했다는 명확한 증거란 게 무얼 지시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학생들이 해명할 기회가 원격 화상회의 형태로 주어지긴 했으나 학생당 채 2분도 말하지 못했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조사 대상 17명 가운데 7명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나머지 10명은 퇴학, 정학, 과락 등의 징계가 내려졌고 학적부에 이 기록이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 다트머스 의대생 상당수가 학교 측의 이번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학생들은 의대 학장인 컴프턴 박사 사무실 앞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학생들을 믿어주세요(Believe your students)’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묵언 시위를 했다.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학생들 ©Valley News Jennifer Hauck

캔버스와 같은 온라인 학습관리 시스템이 대학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었기에 팬데믹 이후 원격수업으로의 전환이 수월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캔버스에 기록된 학생들의 접속 기록을 이용해 부정행위 여부를 가리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다트머스의 조사위원회는 지난 1년 이내의 모든 시험으로 범위를 넓혀 부정행위가 더 있었는지 추가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습관리시스템 접속 이력을 근거로 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학생이 실제로 접속할 의도가 있었는지까지는 밝힐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수업자료를 미리 다운 받은 뒤 캔버스를 오프라인 상태로 바꾸고 시험을 치르는 편법도 가능해, 원격 시험 감독이란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팬데믹 초기부터 꾸준히 원격 수업으로 인한 부정행위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조금 더 폭넓게 언택트 시대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또한 시험 윤리와 전자 감시는 어떻게 해야 공정히 이뤄질 지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술적 장치로 원격 감독이 가능하도록 감시망을 넓히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윤리마저 기술에 의존하는 세상이 앞당겨지는 것을 과연 낙관적으로 바라봐도 괜찮을 것인지, 여러 의문을 낳는다.

국내에서도 원격으로 진행되는 시험에서 여러 차례 부정행위가 발각됐다. 건국대, 서강대, 인하대, 연세대 등에선 원격시험이라는 점을 이용해 여러명이 한자리에서 함께 시험을 치렀고 한국외대 학생들은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시험 중 답안을 공유했다.

미국 = 이평화 글로벌 리포터 pyunghwa183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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