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아오르는 집값..극약처방도 안먹힌다
교통·개발 호재 산적한데
공급 적어 수요 해소못해
국지적 거래허가 규제불구
노원 등 풍선효과로 급등
"징벌적세금 빨리 낮춰야"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극약처방을 내놓으며 집값 억제에 애쓰고 있지만 이미 이 같은 국지적인 대책으론 집값을 잡기에 역부족인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대표적으로 강남과 목동,여의도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노원구 아파트값이 튀어오르는 등 규제 위주 정책은 시장에 더 이상 '약발'이 없다는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 퍼져 있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의 '5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4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역시 97주 연속 상승하며 좀처럼 안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 전용 84㎡ 아파트 가운데 처음 '20억 클럽' 아파트가 탄생한 과천시의 경우 5월 둘째주(10일 기준) 가격 상승률이 0.16%를 기록했다. 올해 상승률은 3.33%로 그동안 경기도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어온 시흥, 안산 등 서부 지역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과천의 아파트 가격이 0.42%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천 역시 부동산 경기가 달아올랐다는 평가다.
결국 문제는 공급 부족으로 귀결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1만8767가구다. 지난달 1만4096가구보다 4671가구 증가했지만 최근 3년간(2018년 6월~2021년 5월) 월평균 입주물량 3만1382가구의 59.8%에 불과하다. 입주물량이 줄어든다는 점 역시 향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월별 입주 물량은 3월 2만5546가구 이후 4~5월 연속으로 2만가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천과 판교는 경기도라기보다는 '강남권'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의 단기적인 공급책이 없어 이 같은 집값 상승세는 내년 여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잘못된 정부 정책을 개선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양도세만이라도 낮춰 공급을 늘려 가격 안정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원구의 가격 상승 역시 그동안 공급이 활성화되지 않은 가운데 부동산 시장 '눈치'를 보던 수요층이 대거 매수세로 갈아탄 모양새다. 여기에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요자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통해서라도 매수에 나선 것 역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노원구는 5월 둘째주(10일 기준) 매매가격 상승률이 0.2%를 기록했다. 4월 상승률이 0.17%를 기록한 이후 노원구는 5주 연속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높은 매매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서울에서 저평가된 지역'을 찾는 것 같다"며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몇 년 뒤에는 지금 매매가격으로 전세도 못 들어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개발·교통 호재 등 가격 상승 요인이 넘쳐나지만 공급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집값이 이른 시일 내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천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경마공원역과 정부과천청사역 사이에 3개 역이 추가되는 위례~과천선 호재가 예정돼 있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서울 강남역까지의 이동시간이 30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11월 입주 예정인 과천자이 역시 위례~과천선 문원역이 생기면 역세권 아파트로 자리매김한다. 이 단지의 전용 84㎡ 호가도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 공급 확대가 어렵다면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 교수는 "과천에서도 20억원 아파트가 나오는 상황에서 종합부동산세 기준이 아직도 9억원이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적어도 1주택자에 대해서만큼은 숨통이 트일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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