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코로나 학번, 10명 중 3명이 외로움 느껴

남승미 2021. 5. 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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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내 봉쇄정책으로 대학에서 1년여간 온라인 수업 시행

신입생 웰빙조사에서 외로움 느끼는 학생 비율 12%→31%로 증가

대학에서 학생들의 심리 건강을 위해 '웰빙코디네이터' 등 다각도로 노력 

 

덴마크의 대학들은 정부의 봉쇄정책(Lock down)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특별한 경우(연구실, 소규모 워크숍 등)를 제외하고는 건물 출입을 막고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은 1년이 넘도록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다. 

다만, 지난 4월 6일부터 시행된 덴마크 정부의 사회개방 조치에 따라, 대학도 부분적으로 개방할 수 있게 됐다.

전공과목, 신입생 우선순위 등의 기준에 따라 20%에서 50%까지 대면 수업이 가능하게 됐으며,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72시간 이내의 코로나 테스트 음성 결과나 백신접종 증명서가 필요하다.

◆지난해 3월부터 덴마크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DR뉴스

그러나 코펜하겐대학교(Københavns Universitet) 등 일부 대학들은 코로나 재확산의 위험과 강의실 내 거리두기 지침 준수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일부를 제외하고는 개방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본격적인 개방은 덴마크 내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여름방학 이후로 예상한다. 참고로 덴마크는 8월 초까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해보지 못한 세대를 일컫는 '코로나 학번'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덴마크에서도 한국처럼 코로나 학번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6일, 덴마크의 공영방송 DR은 덴마크 교육평가원(EVA)에서 2021년 봄,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신입생 웰빙조사(Trivsel blandt førsteårsstuderende)' 결과를 보도했다.

총 8,410명이 응답한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신입생들의 심리적인 고충을 숫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에 비해 2021년에는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의 비율이 많이 증가했다. ©덴마크 교육평가원(EVA)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이 2018년 12%에서 2021년에는 31%로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 혼자 수업을 듣다 보니 학생들은 교수 또는 다른 학생들과 소통하는데 대면 수업보다 제약이 많아졌다. 또한 대학 생활은 수업 이외에도 동아리나 친목 활동도 중요한 요소인데, 이 역시 제한되다 보니 학생들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외로움도 많이 느끼는 것이다.

코로나는 심리적인 영향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학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에 대한 의욕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2018년에는 77%에서 2021년에는 59%로 감소했다.

이 조사를 기획한 덴마크 교육평가원(EVA)의 선임연구원인 마티아스 톨스트럽 베스터(Mathias Tolstrup Wester)는 DR과의 인터뷰에서 "강의실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업에 관한 관심이 떨어질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동기부여나 학습에 대한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많은 학생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많은 신입생이 소통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과 학업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는 가운데, 덴마크의 대학에서는 이들이 학교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 중이다.

◆오르후스대학교의 학생들이 만든 '코그와츠'에서는 온라인에서 아바타를 이동해 강의실에 입장하고 착석할 수 있다. ©오르후스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오르후스대학교(Aarhus Universitet)의 학생들은 가상공간에서 캠퍼스를 구현한 '코그와츠(Cogwats)'라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코그와츠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진짜 수업을 듣는 것처럼 캠퍼스 내 건물을 이동하면서 수업에 참여하고, 다른 학생들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플랫폼에서 만난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 수도 있고, 랜선 맥주파티도 가능하다.

오르후스대학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르면, 이 플랫폼을 만든 인지과학 전공 학생들 중 한 명인 세바스찬 스콧 에인(Sebastian Scott Engen)은 코그와츠에서 장장 7시간 동안 퀴즈쇼, 시 낭송 대회, 댄스파티, 맥주파티 등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올보그대학교(Aalborg Universite)는 고학년생들로 구성된 '소셜앰베서더(sociale ambassadører)'를 모집해 신입생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대학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인스타그램 이벤트로, 컴퓨터 앞에서만 수업을 들어 바깥출입이 뜸해진 학생들이 밖에 나가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밖에 나가 특정 사물 사진찍기' 등의 미션을 운영하며 선후배 학생들의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심리적인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직접 돕기 위한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코펜하겐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탱크탱크(Tænketank)'라고 하는 그룹이 만들어졌고, 오르후스대학교에서는 '웰빙코디네이터(trivselskoordinator)'를 채용해 학생들의 심리적인 문제를 도와주고 있다.

이처럼 현재 많은 대학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고립감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제로 만나 소통하는 것에 비하면 온라인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봉쇄 조치 이후 사회가 개방되면서 대학들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그에 따라 학생들도 캠퍼스로 돌아오고 있다. 온라인에서만 대학 생활을 보낸 신입생들이 캠퍼스에 돌아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어떻게 변화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 남승미 글로벌 리포터 namseung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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