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초등 입학 단계서 '기초학력 평가' 도입.. 학교 현장은 '반발'

영국 정부, 초등 입학하는 만4~5세 대상 의사소통, 수학 등 평가 도입 추진

정부 "초등과정 출발점 파악하여 졸업까지 성취도 가늠할 수 있어"

학교 현장 "학교적응만으로도 벅찬 연령, 평가 결과 신뢰하기 어려워"

영국 교육부가 초등 0학년 기초학력 평가인 '리셉션 베이스라인 평가(Reception Baseline Assessment)' 도입을 추진하는 데 대해 학교 현장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리셉션은 한국 학제에 빗대자면 초등학교 0학년으로, 만 4-5세를 대상으로 한 정규학교과정의 시작학년이다. 이 때문에 영국의 초등과정은 리셉션부터 6학년(Year 6)까지 7년인 셈이다.

영국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리셉션 베이스라인 평가는 이 리셉션 단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 6주간에 걸쳐 의사소통, 언어 및 문해력, 수학 등 세 영역에 대해 교사가 일대일로 평가하고 디지털 기기 등을 통해 기록하는 평가를 말한다.

현재 영국 초등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식적인 평가는 3회로, 학생들은 2학년 말과 6학년 말에 이뤄지는 영어, 수학, 과학 등에 대한 평가(SATs)와 1학년 말 파닉스 및 읽기 능력 평가를 받게 된다. 교육부는 새로 시행될 리셉션 베이스라인 평가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2학년 말 평가는 2023년쯤 폐지할 계획이다.

영국 교육부는 평가의 도입 취지에 대해 초등 6학년 말까지 학업성취도를 알기 위한 출발점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 결과를 합격/불합격이나 점수 등으로 환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이같이 저연령을 대상으로 한 기초학력 평가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가디언지의 보도에 따르면 한 설문조사에서 교장 234명 중 64%는 올해 평가 도입에 반대했고, 63%는 코로나19로 인해 입학 전 유치원 단계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 따른 평가 결과의 공정성을 우려했다. 

학부모단체인 모어댄어스코어(More than a score)는 2012명의 입학대상 아동의 학부모 중 일부(6%)만이 평가가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며 대부분이 학교에 적응하기(84%), 친구 사귀기(77%)를 우선시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리셉션 베이스라인 평가 도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 교육부는 5년전에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거나 교사가 일대일로 개별 평가지에 기록하는 방식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도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각각의 방식에 따른 결과를 상호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같은 학생이더라도 평가 방식에 따라 결과가 모두 다르게 나오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견돼 도입이 무산됐다. 

모어댄스코어는 170명의 교육계 전문가 및 교장들이 서명한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가 오로지 학교 성취도 평가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아동이 학교에 적응하고 교사와 유대를 쌓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허비하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평가 폐지 온라인 청원에 4월말 현재 1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영국 런던 = 김승희 글로벌 리포터 okidokis@naver.com

■ 필자 소개

UCL 초등교육 석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