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창작자에게 더 많은 기회 제공할 것" 강연경 무비블록 대표

김도윤 2021. 5. 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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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예산으로 제작된 독립영화를 보기는 어려웠다. 자본력을 앞세워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가 극장 스크린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어서다. 독립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독립영화제에 직접 참석하거나 독립영화 전용 극장을 찾아가야 했다. 상영 시기를 놓치면 해당 영화를 보기는 더 어려워진다. 온라인에서도 독립영화를 볼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무비블록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탄생한 블록체인 기반의 영화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영화제에서 한정적으로 소비된 단편 및 독립영화를 온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는 시공간 제약 없이 독립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돕고 창작자에게는 콘텐츠 유통망 및 수익창출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무비블록은 어떤 독립영화 생태계를 만들려는 것일까? 강연경 대표를 만나 무비블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비블록은 판도라TV에서 진행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영화 및 콘텐츠 플랫폼이다. 강연경 대표는 독립영화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중적인 콘텐츠를 다루는 기존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는 노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우리는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경쟁사가 없는 만큼 시장이 작은 것 같지만 독립영화 시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분들을 위해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영화 업계에서 온라인 상영과 블록체인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그동안 영화 업계에서는 온라인이나 디지털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여기에 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져 영화 업계 관계자에게 무비블록을 설명시키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강 대표는 실제 서비스를 통해 관계자를 설득해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베타 서비스를 만들고 직접 선보이면서 관계자 분들이 추상적인 게 아닌 실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초기 무비블록은 이 같은 방식으로 콘텐츠를 수급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온라인 영화제

코로나19 위기는 무비블록에 큰 전환점이 됐다. 기존에는 없던 온라인 영화제 수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영화제를 진행하기 힘들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는 환경적 변화가 있었다”며 “온라인 영화제를 통해 B2B 부문의 매출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비블록은 1년 동안 15번의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했다. 처음에는 무비블록 홈페이지에 독립영화제 배너를 게시해 사용자가 영화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후 영화제 측이 상영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영화제 측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 무비블록에서 지원하는 영화제 상영 방식으로는 모든 사용자에게 공개하는 ‘전체 공개’, 먼저 보는 순서대로 일정 인원수만 영화를 관람하도록 하는 ‘선착순 상영’, 정해진 시간 동안만 영화를 상영하는 ‘일정 시간 공개’ 등이 있다.

무비블록의 암호화폐 활용

무비블록은 사용자가 플랫폼 내에서 자체 암호화폐인 무비블록(MBL)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MBL은 무비블록 플랫폼 내에서 단편영화를 결제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무비블록 픽’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영화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다. 많은 MBL을 스테이킹 할수록 더 많은 투표권이 주어진다. 이외에도 강 대표는 “MBL 보유자를 대상으로 VIP 프로그램을 만들어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비블록 픽은 사용자가 투표를 통해 우수 단편영화를 뽑는 영화 선정 서비스다. 2주 마다 무비블록에서 엄선한 독립영화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사용자가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영화의 창작자는 MBL을 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 강 대표는 “무비블록 픽은 창작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올리도록 하는 인센티브 제도로 기능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공자는 암호화폐로 정산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MBL이 아닌 테더(USDT)가 활용된다. 암호화폐 가격 등락으로 인한 정산 금액의 변동을 막기 위해서다. 강 대표는 “MBL은 가격 변동성이 크다 보니 콘텐츠 제공자는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달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어느 나라든 쉽고 빠르게 정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USDT로 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무비블록은 사용자가 암호화폐로 콘텐츠를 결제하면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해 창작자의 암호화폐 지갑에 수익이 자동으로 정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해외시장 진출

무비블록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강 대표는 “좋은 파트너사와 함께하면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 게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비블록의 파트너사인 KM플레이어는 이란 및 동남아 시장의 마케팅을 도왔다. 그 결과 해외에서도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다. 무비블록에 따르면 무비블록 플랫폼에서 이란 사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고 한국 이용자는 두 번째로 많다. 또 MBL이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거래 목록에 등재돼 있어 중국의 토큰 보유자도 플랫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 현지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무비블록의 거의 모든 영화 콘텐츠에 영어와 중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또 사용자가 직접 자막을 넣도록 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자막을 입력한 사용자는 해당 영화의 매출이 발생했을 때 일정 수준의 수익을 받게 된다. 보상을 통해 외국어 능력을 가진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여러 언어권의 관람객이 영화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표다.

해외 콘텐츠 수급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비블록은 지난 달 오스카, 칸영화제 등 영화제 수상작을 보유한 배급사인 오리진필름과 협약을 체결해 40여편의 영화를 공급받았다. 최근에도 벨기에 소재의 독립영화 배급사인 라디에이터(Radiator IP Sales)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해 60여개 작품을 무비블록 플랫폼에서 공급하기로 했다. 무비블록은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권의 콘텐츠를 수급해 여러 국가 사용자의 취향을 만족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

무비블록은 선택적 구독제, 큐레이팅 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 구독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콘텐츠 창작자 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강 대표는 “월정액 서비스는 많이 소비되는 콘텐츠에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무비블록은 콘텐츠 상영의 기회가 없는 분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 탄생한 플랫폼인 만큼 콘텐츠가 골고루 소비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비블록은 NFT를 기반으로 한 굿즈도 제작할 계획이다. 굿즈를 주는지 여부에 따라 영화제의 모객률이 달라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이유에서다. 강 대표는 “영화계에서는 굿즈 시장이 잘 형성돼 있어 이를 디지털화 하고 NFT로 영속성 있게 만듦으로써 사람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장래에는 영화 업계 관계자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강 대표는 “참여자가 중심이 되는 영화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게임에는 인디 개발자든 대형 개발자든 스팀을 통해 게이머와 소통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무비블록이 그런 플랫폼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도윤 디스트리트(D.STRE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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