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칼럼] 온라인 혐오표현을 줄이려면

김용희 숭실대 교수 (오픈루트 전문 위원) 2021. 5. 14. 1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김용희 숭실대 교수 (오픈루트 전문 위원))지난 4월 배우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본인이 길에서 공격이라도 당할까 봐 아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인터뷰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언어적인 모욕은 물론 물리적 폭력, 살인과 같은 치명적 범죄까지 동양인에 대한 혐오가 늘어난 까닭이다.

타인을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인 '혐오'는 현실 세계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지난 해 소셜미디어 상에서 인종, 지역 차별 등의 혐오표현이 더욱 증가했다.

혐오표현이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개인 및 집단에 대한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 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표현을 의미한다. 특정 대상 집단에 대한 부정 또는 적대적 시선이 담긴 혐오 콘텐츠가 온라인 상 가볍게 소비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이러한 콘텐츠가 폭력이나 혐오범죄와 같은 2차 가해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온라인 혐오표현은 확산 속도가 빠르고 익명성 때문에 법을 통한 규제가 쉽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

온라인 혐오표현은 특히 청소년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표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1년 동안 혐오표현을 접한 성인과 청소년의 비율이 각각 64.2%, 68.3%으로, 청소년이 성인보다 혐오표현을 더 많이 접하고 있었다. 또한 이 조사는 청소년이 혐오표현을 접한 공간이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게임과 같이 대부분(82.9%) 온라인 환경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혐오표현 콘텐츠는 개인의 정신과 사회관계 차원에서 병리적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으며, 또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서 혐오표현을 접하는 경로는 영상이나 텍스트로 된 콘텐츠 그 자체 보다는 의외로 '댓글'인 경우가 많았다. 댓글은 사용자 간에 즉각적인 소통 및 소비가 가능해 더욱 빠르게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댓글 상의 혐오표현이 필터링 없이 무방비로 노출된다면 온라인상의 언어 폭력이나 사이버 범죄 같은 사회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도 더욱 커지게 된다. 때문에 온라인 혐오표현 근절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댓글 문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별 사업자들의 구체적인 댓글 관리 정책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댓글 정책 및 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 사례를 살펴보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예 및 스포츠뉴스의 댓글 기능을 과감히 폐지해 악성 댓글이 생길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없앴다. 작년부터 심각해진 연예인 및 운동선수에 대한 뉴스의 악성 댓글에 대해 대응을 나선 것이다. 또한 차별이나 혐오표현으로 신고된 댓글을 가리거나 삭제하는 정책 등을 실시하며 플랫폼 내 혐오표현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틱톡의 댓글 관리 정책도 눈여겨볼만 하다. 틱톡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댓글창을 관리하고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모든 댓글 필터링' 기능을 사용하면 자신의 콘텐츠에 달리는 모든 댓글에 대한 승인 권한을 갖고 스팸 및 불쾌감을 주는 댓글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또 작성하려는 댓글에 부정적인 단어나 표현이 있을 경우 작성자에게 '정말로 올리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노출시켜 사용자가 댓글 게재 전 스스로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제공한다. 틱톡은 혐오 콘텐츠 관리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미국 내에서만 혐오표현 정책 위반 동영상 38만 건 이상을 삭제했고 혐오 관련 콘텐츠를 게시한 계정 1천300개 이상을 차단, 64만 개의 혐오 관련 댓글들을 삭제했다. 사용자들이 혐오표현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2차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소개한 플랫폼들의 댓글 관리 사례처럼 사용자들에게 혐오표현에 대해 인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직접 규제보다 온라인 상 혐오표현을 자정할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판단된다.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 간에 정기적인 정책 및 기능 관련 간담회나 혐오표현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알기 쉽게 보고해, 능동적으로 인터넷 안전을 높이는 방안을 함께 만들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 (오픈루트 전문 위원)()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