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들 '인플레 파이터'에서 '버블 파이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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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로 중앙은행들을 주목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은 조금 더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고 있다.
오히려 최근 중앙은행들이 자주 언급하는 쪽은 자산 시장이다.
우리나라 한은도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비해서는 차분한 모습이다.
반면 요새 들어 중앙은행들의 마음이 더 급해 보이는 쪽은 자산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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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 수위는 계속 높아져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로 중앙은행들을 주목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은 조금 더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고 있다. 오히려 최근 중앙은행들이 자주 언급하는 쪽은 자산 시장이다. 미국 주요 인사들이 자산 시장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달 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물가보다는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파이터에서 버블 파이터로 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차단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연준은 물가를 이루는 요인들의 변동성이 커지자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변수가 많아 선제적 대응이 위험한 것이다.
우리나라 한은도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비해서는 차분한 모습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2.3%로 물가안정목표치(2.0%)를 훌쩍 넘었지만, 기저효과와 변동성이 큰 식료품 및 에너지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과 한은 모두 인플레이션이 걱정되지만, 지금 물가 상승세에는 일시적 요인이 많아 대응에 나서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반면 요새 들어 중앙은행들의 마음이 더 급해 보이는 쪽은 자산 시장이다. 물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연준도 지난 6일(현지시각) 자산 시장에 대해서는 “일부 자산의 평가 가치가 높은 상태”라는 내용을 담은 금융안정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4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 발언 또한 자산 시장에 대한 경고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 있다.
한은 또한 향후 통화 정책 전환에서 금융불균형을 중요하게 다룰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1분기 중 금융권 가계대출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큰 폭 증가하는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증대됐다”며 “금융 안정 이슈에 대한 통화정책적 차원의 고려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오는 27일 5월 금통위를 연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그동안 주로 성장률 등 경기 상황과 금융 안정을 보고 금리를 움직였다”며 “한은이 경기 회복세와 부동산 시장 등에 대한 금융불균형 문제를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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