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운용사 '엑소더스'..국내 1호 프랭클린템플턴도 짐 싼다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진출 1호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템플턴운용)이 한국 공모펀드 시장에서 철수한다. 블랙록과 맥쿼리에 이어 3번째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외국계 운용사의 한국 시장 이탈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프랭클린템플턴, 국내 공모펀드 사업 철수…우리자산운용에 펀드 이관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템플턴운용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공모펀드 사업 부문을 분할해 우리자산운용에 이관하고, 공모펀드 관련 집합투자업과 전문사모집합투자업을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템플턴운용의 공모펀드 사업 외에 투자자문업과 투자일임업은 유지한다.
템플턴운용은 이와 관련해 "사업구조 개선과 경영효율성 제고 목적"이라고 밝혔다.
오는 31일 템플턴운용의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최종 통과되면 우리자산운용은 템플턴운용의 공모펀드 사업 부문을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분할합병 기일은 10월 1일이다.
템플턴운용는 해외 15개, 국내 7개(4월 말 모펀드 기준)의 공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펀드 운용자산(AUM)은 약 2천200억원이다. 합병 후 템플턴운용의 해외펀드는 템플턴의 모펀드 또는 위탁운용을 통해 계속 운용하고, 국내펀드는 우리자산운용이 직접 운용하기로 했다.
우리자산운용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향후 프랭클린템플턴과 프랭클린템플턴의 계열사인 레그메이슨이 역외 설정하는 해외펀드의 국내 설정과 운용에서도 협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우리자산운용은 2019년 8월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된 후 글로벌솔루션운용본부를 신설하고 해외부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며 "이번 분할합병으로 보다 다양한 해외상품을 국내 투자자에게 선제적으로 제공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의 협업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템플턴운용은 지난 1997년 프랭클린템플턴그룹이 쌍용증권과 협업을 통해 외국계 자산운용사로선 처음으로 국내자산운용 시장에 진출했다. 앞서 지난 2018년에도 삼성액티브운용과 합병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당시 '뱅크론펀드' 디폴트 사태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으며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국내 운용사들과 펀드 이관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자산운용에 공모펀드 사업을 넘기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 블랙록·맥쿼리·프랭클린템플턴…외국계 운용사 철수 올해만 세 번째
앞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한국 법인인 블랙록자산운용도 지난 3월 공모펀드 부문을 DGB금융지주 계열사인 DGB자산운용에 매각했다. 호주계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 4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만인베스트에 인수되며 파인만자산운용으로 새출발했다. 이번 템플턴운용까지 포함하면 올해 국내 공모펀드 시장에서 철수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만 3곳이다.
외국계 운용사들이 연이어 한국 펀드시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에 따른 수익 악화가 가장 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1년 동안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국내 공모펀드 시장은 연평균 1.7%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되는 일반 공모펀드 규모는 20조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와 투자일임, 파생결합증권 등 다른 자산운용 수단의 규모가 연평균 29%, 51%, 29%씩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계 운용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때는 해외의 인기 펀드를 단독으로 들여와 판매하거나, 해외의 선진운용기법을 앞세우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샀다. 그러나 이젠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은 물론이고 해외 주식에 대한 직접 투자를 늘리고, 증권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내놓는 상황이다. 해외시장 전반에 투자할 때도 수수료가 낮은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외국계 운용사 펀드의 차별성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금융지주 계열사를 통해 펀드가 주로 판매되는 국내 펀드시장 분위기도 리테일 영업 측면에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들은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에게는 인지도가 높지 않고, 판매사들도 계열사의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펀드 상품 출시 이후에 마케팅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최근 철수를 결정한 외국계 운용사들은 꽤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곳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최근에는 투자자들도 스마트해지면서 단순히 판매사가 추천하는 펀드에 투자하기보다 많은 정보들을 비교해서 성과가 좋은 펀드를 찾으려는 경향도 높아지고 있다"며 "판매사 의존도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오히려 외국계 운용사 상품 중에도 운용자산이 크게 늘며 두각을 나타내는 펀드들도 있어 결국 국내 펀드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남은 외국계 운용사들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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