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유력한듯
'확정 안 돼 확인 불가..추후 재공시'
원료 생산보다는 완제 생산에 무게
“현재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불가하다”(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같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CMO)설에 대해 화이자와 모더나를 대상으로 내놓은 조회공시 답변이 미묘하게 달라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CMO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업계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 보도에 대해 “현재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불가하다”며 “추후 확인이 가능한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한 매체는 익명의 정부와 제약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을 인천 송도 공장에서 위탁 생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날 해명 공시는 전날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던 것과 뉘앙스가 다르다. 이 회사는 이날 24분 차이로 정정공시까지 내면서 ‘재공시 예정’ 부분까지 추가로 넣었다. 회사가 모더나 CMO설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는 데 고심했다는 흔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는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략 1~2주 전부터 복수의 채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한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며 “계약 체결도 막바지인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 유력 대상자에서 빠져 있었다. GC녹십자(006280)나 한미약품(128940) 등이 주된 후보군으로 거론돼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백신 생산 경험이 없는 데다 생산 설비도 없다는 게 공식적인 회사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장 설비를 교체하며 백신 생산 설비도 구축해왔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런 관측은 정부가 밝힌 8월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이나 아시아 백신 생산 허브화 계획과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모더나는 최근 국내 자회사 설립을 위해 직원 채용에 나서는 등 국내 진출 움직임을 보여왔다. 모더나는 mRNA백신을 내놓기 전까지 사실상 미국 바이오벤처에 불과했다. 생산시설이 충분치 않아 글로벌 선두 위탁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매력적인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36만4000리터(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1위 CMO 기업이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이 원액(료) 생산(DS)인지, 충진과 포장을 맡는 완제품(DP)인지 확실치 않다. 업계는 완제품 생산에 무게를 둔다. 코로나 백신으로 처음으로 상업화된 mRNA 백신 생산 기술이 고도로 복잡해 단기간(8월)에 원액 생산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모더나에서 원액을 받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충진 포장한다는 시나리오다.
한 백신 전문가는 “모더나 백신 하나 만드는데 250가지 재료가 필요한 데다 그것을 정교하게 엮어 백신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mRNA백신 전문가는 전세계에도 사실상 모더나, 화이자에만 있다고 봐야 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한다고 해도 원액 생산은 아닐 거 같다”고 추측했다. 현재 미국 캐털란트(Catalent), 스페인 로비(ROVI), 프랑스 레시팜(Recipharm) 등이 모더나 백신의 충진 포장을 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CMO설은 내주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확인될 전망이다. 최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다음 주에 있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주된 논의 의제 중 하나가 한미 간에 백신 파트너십”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사측은 확인을 안 해주고 있지만,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이 회사 경영진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하게 되면 국내에서 위탁생산하는 백신은 기존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 3개에서 4개로 늘어난다. 이 경우 국내 백신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어떤 형식의 위탁생산이 됐든 가능한 한 mRNA와 관련한 기술이전을 많이 받는 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천 노래방 살인사건, 술값 8만원에서 시작된 잔혹범죄
- ‘정인이 양모 무기징역·양부 징역 5년…"인간 존엄 짓밟아"(상보)
- “오늘 너 킬한다”…여중생 집단 성폭행한 남학생들 2심 ‘감형’
- 승재현 “손정민·친구,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해야”
- '성폭력 피해' 중학생 극단 선택…혐의 피의자 구속영장 또 반려
- 故손정민 부검, 혈중알코올농도 0.154% '친구 물가서 목격'
- 故손정민 父, ‘익사’ 판정에 “아들은 물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 '음주운전 4관왕' 채민서,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 ‘백상’ 올킬한 고현정…670만원 드레스도 ‘눈길’
- 한예슬 남자친구는 연극배우 류성재?…소속사 "확인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