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피워보지 못하고"..극단 선택 청주 여중생 추모 물결

조준영 기자 2021. 5. 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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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힘들었으면 꽃도 피워보지 못한 나이에."

14일 오후 2시30분쯤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꽃다발 주변에는 또래 여학생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군것질거리들도 놓여 있었다.

한번 꺼진 생명의 불꽃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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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장소에 추모객 발길 이어져.."고통없고 편한 곳으로 가길"
지난 1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2명이 처음 발견된 곳에 국화 꽃다발 등이 놓여있다.2021.5.14 /© 뉴스1 조준영 기자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얼마나 힘들었으면 꽃도 피워보지 못한 나이에…."

14일 오후 2시30분쯤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입을 앙다문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중생 2명이 처음 발견된 화단을 한참 바라봤다.

가지가 꺾인 나무 바로 옆 움푹 들어간 곳에는 국화 꽃다발 여러 개가 자리했다. 숨진 여중생들의 넋을 기리려는 추모객이 놓고 간 마음이다.

꽃다발 주변에는 또래 여학생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군것질거리들도 놓여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침묵하던 A씨는 입을 떼 혼잣말로 되뇌었다.

"이렇게 추억해주는 사람이 많은데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주변에서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A씨 말대로 고인을 추모하려는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고사리손으로 꽃 사진을 놓고 가는 어린아이, 삼삼오오 모여와 묵념하는 학생들, 화단 앞에 서서 눈시울을 붉히는 시민.

어느새 아파트 단지는 고요한 슬픔으로 가득 메워졌다.

한 추모객은 "딸을 키우는 처지에서 남 일 같지 않아 직접 나와 봤다"면서 "어린 나이에 힘듦을 겪다 떠난 아이들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고 눈물을 흘렸다.

비극은 이틀 전에 일어났다. 과거 같은 학교에 다녔던 친구 사이인 여중생 두 명이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화단에 쓰러져 있던 두 학생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한번 꺼진 생명의 불꽃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안타까운 죽음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두 학생은 성범죄와 학대 피해자다.

오래전부터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전문상담기관까지 나섰으나 상처를 보듬지는 못했다.

결국 두 학생은 '성범죄·학대' 피해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알려진 바로 피의자는 숨진 여학생 중 한 명의 계부다. 그는 의붓딸을 학대하고 딸 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rea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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