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전문위원 또 사퇴..'잡음' 지속 이유는
"규정상 전문위 의견 패싱하더라도 문제 없어 사퇴"
"예상과 달리 통과해..투정위원 의견 반영 잘 안 돼"
올해 두 번째 항의 사퇴..수탁위 위원 1명은 복귀해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국내주식 매도를 막기 위한 안건을 논의한 국민연금 산하 전문위원회 소속 위원이 '절차상 문제가 있었고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항의 차원에서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해당 외부 전문가는 다시 전문위원회에 복귀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는 지난 3월 다른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위원이 항의 사퇴한 이후 올 들어 두 번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산하 투자정책 전문위원회(투정위) A위원은 국내주식 이탈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문위 논의 절차를 무시했다며 항의하는 차원으로 사퇴했다.
A위원은 '절차를 무시하는 방식이 제도적으로 허용된다' 등의 이유로 사임서를 냈다.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고도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안건을 결정지을 수 있도록 의결 프로세스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투정위 의견 반영 미비 ▲회의록 미비 등을 이번 국내주식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 의결 절차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A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문제는 규정상 (전문위원회) 패싱을 하더라도 하자가 없다는 것"이라며 "기금위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실평위(실무평가위원회)와 전문위를 거치도록 제도를 만들었지만 해당 위원회에서 반대가 나올 것 같으면 패싱하고 처리할 수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투정위 때 이해하기로는 내년 중기자산배분을 바꾸는 시점에 한꺼번에 바꾸는 것으로 알았다"며 "그래서 기금위에서 의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통과됐다. 투정위 위원이 바보이거나 투정위에서 이야기된 게 다른 식으로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른 전문가 위원들도 동조했지만 공백이 우려돼 대표로 사퇴했다"며 "사임서를 냈고 돌아갈 생각이 있다면 사임서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의 안건 처리는 산하 전문위원회→실무평가위원회→기금운용위원회로 보고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산하 전문위원회의 의견이 윗 단계로 올라갈 때 반영이 적절하게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초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지난 3월 기금위에서 리밸런싱 조정 안건을 투정위, 실평위 등을 거쳐 다음 기금위에 재상정하기로 했으나 약속과 달리 투정위, 실평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기금위 회의를 앞당기면서 전문가 의견 검토를 다시 거치지 않고 원안대로 심의, 의결됐다.
이미 한 차례 리밸런싱 조정 안건에 대해 투정위, 실평위에서 심의됐으므로 그대로 재상정할 수 있고 이전에도 전문위를 거치지 않는 방식이 이뤄져왔지만, 사안이 중대하고 투정위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던 만큼 다시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급작스럽게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기금위를 지난달 말에서 지난달 초로 앞당긴 것은 여론의 압박을 의식한 탓으로 해석된다. 그간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도세가 격화해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안건은 전략적 자산배분(SAA)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늘리는 방향으로 의결됐다. 대신 전술적자산배분(TAA) 이탈 허용범위는 기존 ±3.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줄었다. 이로써 연기금의 국내주식 매도세가 일부 완화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도 지난 3월 기금운용본부와의 소통 과정에서 위원들이 항의 사퇴한 바 있다. 수탁위 위원들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삼성전자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수탁위 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전달했으나 기금본부는 예정대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공시해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홍순탁·이상훈 수탁위 위원이 사퇴 의사를 전달했고, 이중 이상훈 위원은 복귀했다. 홍 위원에 대한 후임자 지명 절차는 지역가입자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아 기금위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이 위촉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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