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신도시가 '소멸 도시' 로 전락할까?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1. 5. 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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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아파트 단지에서도 산골처럼 주민 절반이 노인, 고독사 속출
부동산 토크쇼 봉다방, 20년후에도 잘 나갈 신도시 선택법 공개
업무시설 없이, 주거단지만 단기간 개발하면 고령화 소멸 자초

2001년 봄 도쿄 인근 마쓰도(松戸)시의 도키와다이라 단지(常盤平団地). 혼자 살던 한 남자가 죽은 지 3년만에 백골로 발견됐다. 이웃과 교류가 없었고 예금에서 매달 3만3580엔의 임대료가 자동이체 됐기 때문에 관리실에서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예금이 바닥나 임대료가 몇 달간 체납되자 관리인이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백골 사체를 발견한 것이다. 2002년에도 한 주민이 죽은 지 4개월만에 발견됐다. 잇따른 고독사에 충격을 받은 주민들이 ‘고독사(孤独死 )제로 작전’이라는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고독사 제로작전은 가족이나 이웃, 담당 의사의 연락망 등이 기입된 ‘안심등록카드’를 작성하고 이웃간 교류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고도성장기인 1960년에 입주를 시작한 도키와다이라단지는 170개동, 4830가구의 대규모 임대주택이다. 입주 당시만 해도 ‘전원에 새로 탄생한 뉴타운’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도쿄와 직선거리가 20㎞, 도보 8분거리에 2개의 역이 있는 편리한 교통여건으로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끓었다. 한때 1만7000명의 인구가 8000명으로 줄고 고령화율은 54%나 된다. ‘고독사 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한때 꿈의 뉴타운이 첩첩산중 산골마을과 같은 수준의 올드타운이 된 것이다.

주민 절반이 노인인 한계부락으로 전락한 도쿄 도심 아파트

조선일보와 종합 부동산 미디어플랫폼 ‘땅집고’는 14일 고령화 시대 일본의 뉴타운의 변화를 살펴보고 한국 신도시의 미래를 예측했다.

도쿄 인근 마쓰도시에 있는 도키와다이라 단지. 입주때만 해도 꿈의 뉴타운으로 각광받았지만, 고령화율이 54%로 치솟으면서 고독사가 빈발하고 있다. 죽은지 3년이 지나 백골사체로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주민들은 고독사 추방운동을 펼치고 있다.

도쿄 이다바시구에 있는 다카시마다이라(高島平) 단지 아파트는 도쿄의 ‘한계부락(限界集落)’으로 꼽힌다. 일본 학자가 주창한 한계부락은 고령화율이 50%를 넘어 유지가 힘든 마을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당초 산간지역 마을에서 주로 발생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고령화율이 50%가 넘는 도심 아파트나 뉴타운이 속출하고 있다.

1972년에 완공된 이 아파트 단지는 당시로는 드문 14층 높이로 지어져 ‘동양 제일의 고층 매머드 단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임대 8287가구, 분양 1883가구로 전체 1만가구가 넘는 미니 신도시이다. 입주 당시만 해도 편리한 교통, 고층 아파트로 젊은 부부들의 인기를 끌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입주자들이 그대로 늙어 지금은 올드타운으로 전락했다. 한때 4만명이 살았으나 현재 1만5000명 정도로 줄었고 고령화율이 50%에 육박한다. 도쿄 도심 한복판인 신주쿠의 도야마 하이츠(戸山ハイツ)는 3000가구에 6000명이 거주하는데 고령화율이 60%에 육박한다.

소멸가능 1순위로 전락한 단독주택 타운

임대아파트만 고령화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사이타마현 하토야마 뉴타운(鳩山ニュータウン)은 1974년부터 개발돼 단독주택 3252가구가 입주한 민간 주도 뉴타운이다. 도쿄 이케부쿠로역에서 급행 52분 거리인 다카사카역에서 4.5㎞ 떨어져 있다. 교통은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는 10억이 넘게 분양된 단독주택도 있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1995년에 1만8000명이던 인구가 현재 7000명대로 떨어졌고 고령화율 52.25%에 달한다. 사이타마현의 소멸가능 뉴타운 1위로 꼽혔다. 단기간 개발돼 비슷한 연령대가 한꺼번에 입주, 같이 고령화한게 결정적이다.

실패한 도시가 살기좋은 신도시로 급부상

반면 젊은 신도시도 있다. 도쿄와 나리타 공항 사이에 있는 지바뉴타운은 도쿄로 전철 1시간 거리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로 꼽힌다. 580만평 규모로 분당 크기지만, 주택 4만5600가구로 분당의 절반 정도만 주택으로 개발됐다.

개발 도중에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주택건설이 대폭 줄어 한때 ‘실패한 신도시'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지바뉴타운이 속한 인자이시(印西市)는 일본 경제잡지 ‘동양경제’의 살기좋은 도시 조사에서 7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연소 인구(0~14세) 증감율이 8.2%로 전국 10위로 계속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당초 베드타운으로 개발됐지만, 중간에 주택지를 상업과 업무 부지로 대폭 전환, 기업 유치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최근에는 지바뉴타운에는 ‘데이터센터 긴자’로 불릴 정도로 데이터센터 건설붐이 불고 있다.다이와 하우스는 1조원 이상을 투자, 10만평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지반이 단단해 지진에 강한 지역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단계적 개발, 복합 개발, 교통여건 등 삼박자가 중요

일본 전문가들은 단기간 개발돼 동일한 세대가 입주한 신도시들의 고령화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하고 있다.입주후 노후화될 경우, 적절한 리모델링과 재건축으로 통해 젊은 인구를 유인해야 고령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임대와 분양주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인구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신도시가 올드타운화하는 고령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주거, 상업, 업무시설의 단계적 복합적 개발과 인구 구성의 다양성을 유도하는 개발전략, 젊은 직장인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교통과 같은 입지적 매력 등 3박자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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