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친 승부수', 정의선 8조 배팅..현대차그룹, '美 미래차 리더' 발판

최기성 2021. 5. 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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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그린뉴딜·바이 아메리카, 선제 대응
바이든, 친환경차 산업 일자리 100만개 공약
전기차, 수소, UAM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
정의선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이 `CES 2020` 개막 하루 전인 2020년 1월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74억달러(한화 8조1417억원)을 투자한다.

지난달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을 방문한 정의선 회장이현대차는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겨준 셈이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투자 자금은 미국 내 제품 경쟁력 강화와 생산설비 향상 등에 대한 투자 외에 전기차, 수소,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집행된다.

미래 혁신 기술 투자를 통해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역량을 갖추고 미국 내 리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다.

정의선 회장(당시 수석부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가 지난 2019년 11월18일 기아 조지아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 기아]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현대차는 내년 중 첫 생산을 시작한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모델의 현지 생산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및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전략과 이와 연계한 전기차 정책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서 수소 생태계 확산
현대자동차와 방탄소년단(BTS)가 지구의 날 맞아 `수소에너지` 알리기에 나섰다. [사진 제공 =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미국 정부 및 기업들과 적극 협력한다. 미 연방 에너지부(DOE)와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기술혁신 및 글로벌 저변 확대를 위한 협력을 지속한다.

현지 기업들과 ▲수소충전 인프라 실증 ▲항만 등과 연계된 수소전기트럭 활용 물류 운송 ▲수소전기트럭 상용화 시범사업 ▲연료전지시스템 공급 등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수소충전 전문기업과 수소전기트럭 기반의 수소충전 인프라에 대한 실증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항만과 내륙 물류기지 간의 수소전기트럭을 활용한 물류 시범사업을 펼친다. 또한 대형 물류기업과 올 하반기부터 수소전기트럭 상용화 시범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 엔진, 발전기 분야 전문 기업 '커민스(Cummins)'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다수의 업체와 연료전지시스템 보급을 위해 협업 검토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사업 추진으로 미래 혁신 성장 분야의 경쟁력도 높인다.

현대차그룹 연간 20조 집행…미국엔 연간 1.6조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오이닉5 [사진 촬영 = 최기성 기자]
현재 현대차그룹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연간 총투자를 규모를 20조원 수준으로 크게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내에 핵심 사업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이 대부분 위치, 전체 투자에서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에 공개한 미국 투자액은 연간으로 따지면 1조6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미 정부 정책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이 이전 트럼프 정부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미국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역시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과감한 친환경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한데 이어 지난달 22일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열린 화상 정상회담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재확인했다.

정의선 회장(당시 수석부회장)과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지난 2020년 2월8일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저에서 넥쏘의 공기 정화 시연을 본 뒤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차]
미국 대선 과정에서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전기차나 배터리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강력한 정책들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미국산 부품 50%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올 7월쯤에는 미 환경보호청(EPA)이 보다 강화된 온실가스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친환경차 지원 프로그램의 수혜 조건을 보다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밝힌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국 내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도 "전기차 미국 생산을 위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확고한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라며 "미국 전기차 신규 수요 창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으며 국내 공장은 전기차 핵심 기지로서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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