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쌓은 담 허물고 16년째 헬스클럽 '출근'..꾸준히 실천한 방법은?
산모의 배 안에 있는 태아의 머리는 아래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만삭인 산모의 3~4%는 태아의 위치가 거꾸로 돼 있다. 머리가 위쪽, 엉덩이가 아래쪽으로 향하는 이 현상을 ‘둔위’라고 한다. 이런 태아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이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8)는 고위험 산모를 주로 치료한다. 그중에서도 둔위교정술에서 두드러진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2000여 건을 시술했다. 성공률도 평균 50~60%인 해외보다 월등히 높은 90%에 육박한다.
시술은 초음파를 보면서 진행한다. 산모의 하복부를 마사지하다가 골반에 들어간 태아를 쓱 밀어 올린다. 대체로 평균 5~10분이 소요된다. 상황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이 시술이 보기엔 쉬워 보여도 땀을 뚝뚝 흘릴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평소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운동과 쌓은 담을 허물다
학창 시절 김 교수는 운동에 무관심했다. 심지어 경기 관람도 즐기지 않았다.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만져본 적도 없다. 야구 한 팀이 몇 명인지도 알지 못했다. 의대에 입학한 후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몸은 점점 말라갔다. 전공의 시험 면접을 치르는데 교수가 혹시 병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전공의 2년 차 때 병원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덕분에 수영을 하고 싶어졌다. 아침마다 수영장을 찾았다. 얼마 후 승용차에서 안전벨트를 매다가 깜짝 놀랐다. 벨트 안쪽이 가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 가슴에 근육이 붙은 것이다.
효과를 체험하면 달라지는 법.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던 사람이 수영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그 후로도 7, 8년을 더 수영장에 다녔다. 사실 불편함이 조금 있기는 했다. 자꾸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게 성가셨다. 여기다 개인적 사정이 겹치면서 수영을 관뒀다.
하지만 운동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이미 ‘운동의 맛’을 봐온 터였다. 김 교수는 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 격일로 유산소-근력 운동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격일로 한다. 주 5일 운동할 경우 월·수·금요일에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시속 8㎞로 30분 정도 달린다. 4㎞를 달리고 나면 운동을 끝내고 헬스클럽을 나선다.
화·목요일에는 근력 운동을 한다. 누워서 역기를 드는 벤치프레스, 앉은 채로 장비를 가슴까지 잡아당기는 렛풀다운, 반쯤 누워서 다리로 장비를 미는 파워레그 프레스. 딱 이 세 종류만 이용한다. 여러 장비를 짧은 시간씩 하는 것보다 세 가지 장비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대체로 12~15회씩 3세트를 반복한다. 중량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한다. 가령 벤치프레스는 20~30kg, 렛풀다운은 35kg, 파워레그 프레스는 80kg 정도의 무게를 이용한다.
별도로 연구실과 집에서는 틈나는 대로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을 한다. 바퀴가 달린 휠슬라이드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무릎 앉은 자세에서 휠슬라이드를 밀며 몸을 쭉 뻗는다. 아침과 저녁에 각각 20회씩 40회를 한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이를 2배로 늘린다.
● “헬스클럽에 ‘출근’하는 개념 필요”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귀찮음과의 싸움이다. 김 교수는 매주 1회 정도 저녁에 술자리가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운동하러 가기 싫을 때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가급적 헬스클럽에 간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지 않은 채 승용차를 몰고 바로 헬스클럽으로 간다. 이렇게 하면 샤워를 하기 위해서라도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단 헬스클럽에 들어가면 달리기를 하든 근력 운동을 하든 뭔가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이런 방식을 ‘출근’이라고 설명했다. 운동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가기 싫을 수 있지만 출근해야 한다면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단 ‘출근’하면 아는 얼굴도 보이고, 운동하는 사람들 틈에 있으면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 “정신 건강도 챙겨야 진짜 건강”
김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서 약간 높을 뿐 질병 징후가 전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피곤하거나 기력이 떨어진 적도 없다. 김 교수는 “꾸준히 헬스를 한 게 도움이 됐겠지만 낙천적 성격도 한몫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 치료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작업이다. 당직이 아닌데도 새벽에 집이 있는 인천에서 차를 몰고 응급실로 달려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낙천적이라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 스트레스를 목공 일로 해소한다.
김 교수의 집 지하에는 목공 작업실이 있다. 휴일이 되면 이곳에서 나무를 대패질하고, 본드로 붙이며, 사포로 표면을 다듬는다.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몰입한다. 목공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걱정과 잡념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김 교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일주일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유”라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우 한지성 음주운전 사망 사건…‘방조 혐의’ 변호사 남편 불기소
- 차 빼달라고 하자…중년 여성에 욕설한 벤츠녀 ‘뭇매’ [e글e글]
- 與 문정복, 류호정에 “야! 어디서 감히”…정의당 “사과하라”
- 박범계,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檢에 진상조사 지시
- 주호영 “친구의 친구 윤석열, 같은 아파트 살아서…”
- 엠씨더맥스 제이윤 사망
- ‘노쇼백신’ 카카오·네이버로 접종 예약…27일 개통
- 이재명 42% vs 윤석열 35.1%…李, 가상대결 ‘첫 역전’
- 故 손정민 씨 부친, 익사 소견에 “아들은 물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 법원 “중앙·이대부고 자사고 취소는 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