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적자서 2조 흑자로.. 정유업계, '반전의 1분기' 비결은
권가림 기자 2021. 5. 14. 10:43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던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정유사 수익의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개선세를 보이면서 빅4 모두 흑자로 전환했다. 정유업계는 올 2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 2조17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4조원이 넘는 손실에서 1년 만에 흑자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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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정제마진 상승에 '극적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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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1조8154억원 손실에서 502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는 1조318억원 영업손실에서 6326억원 영업이익으로 전환했다. 2018년 3분기 이후 최대실적이다. 에쓰오일은 2016년 2분기 이후 분기 영업익 기준 최고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 1조73억원 적자에서 629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도 5632억원 적자에서 412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정유업계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유가 상승과 수요 회복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등이 꼽힌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월 말 60달러 아래로 떨어진 이후 4월에는 1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연말까지는 30~50달러대를 오갔다. 올 들어 2월부터는 60달러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지난해 1월 초 수준이다.
정유사는 안정적인 원료확보 차원에서 2~3개월어치를 미리 사둔다. 보유 중인 원유의 가치는 실적 평가 시점의 원유가로 평가되는 만큼 유가 상승이 재고 평가이익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의 시작으로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른 점도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12월 평균 52.43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올해 3월 평균 71.54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지난 2월 기습 한파로 정제설비 가동률이 떨어진 것도 마진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마이너스와 1달러대를 오갔던 정제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수송비 등을 뺀 중간 이윤)은 올 1분기 배럴당 2달러대 회복 조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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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백신접종·드라이빙 시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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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는 올 2분기 전망도 비교적 긍정정적으로 봤다. 백신 접종 확산과 드라이빙 시즌이 맞물리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드라이빙 시즌이란 5월부터 9월까지 교외 이동자 증가와 여름 휴가, 추석 시즌이 겹쳐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운송 석유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를 일컫는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휘발유의 10%를 소비하는 만큼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 회복도 기대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대미 휘발유 수출량은 올 1월 14만9000배럴에서 3월 106만7000배럴로 616% 증가했다.
국내 소비도 조금씩 늘고 있다. 올 1월 국내 휘발유 소비는 613만2000배럴에서 651만배럴로 늘었다. 경유도 1296만1000배럴에서 1304만9000배럴로, 항공유는 165만4000배럴에서 183만4000배럴로 증가했다.
정유업계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인 항공유에도 조심스레 기대를 걸고 있다. 항공유의 정제마진은 4달러대로 과거 15~17달러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수준이다. 다만 최근 미국의 백신 접종과 공항 이용객 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6월 말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면 항공유 수출 및 마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교통안전국에 따르면 3월 미국의 공항 이용객 수는 하루 100만명을 넘어섰다.
정제마진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달 다섯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3.2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정유사들은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는데 이에 근접해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로 갈수록 정제마진은 6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는 백신 보급 15~20% 수준에서 활동량이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며 "활동량의 증가는 곧 가솔린의 수요를 뜻한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보급이 10% 아래인 것을 감안하면 마진 개선 여지 충분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의 정제마진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백신 확산과 경기 회복, 드라이빙 시즌 등으로 주유소와 유통사들의 물량 비축량이 늘어난다면 항공유 등 마진 개선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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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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