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안줘요"..국가가 대신 1284억 돌려줬다

조성신 2021. 5. 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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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피해 늘지만
근절 대책 입법안 미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모습. 본 기사 내용은 관련 없음 [사진 = 이충우 기자]
국가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은 모두 공적 재원으로 전세금을 떼먹고 잠적하는 집주인 때문에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이를 근절할 대책이나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대위변제 금액은 올해 들어 4월까지 1284억원(1월 286억원 2월 322억원 3월 327억원 4월 349억원)에 달한다.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과 사고 건수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각각 7만4319건, 808건이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은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기관이 우선 가입자(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민간에선 SGI서울보증에서 관련 상품을 취급한다.

HUG만 놓고 보면 대위변제 금액은 2016년 26억원에서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 2019년 2836억원, 작년 4415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HF와 서울보증의 대위변제금까지 합산하면 이 액수는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은 그나마 이들 기관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미가입 임차인들은 사실상 구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500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한 세 모녀가 세입자들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방식으로 집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벌였으며, 피해자 상당수는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의원들은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입법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아다. HUG도 별도의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채무 불이행자 명부 공개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후속 조처는 없었다.

이에 HUG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다주택 채무자 집중관리 계획을 수립해 매달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채무 불이행자 명부 공개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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