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지속가능성 해치는 틱톡과 패스트패션의 '잘못된 만남'

윤예원 인턴기자 2021. 5. 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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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하울

미국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틱톡의 인기 콘텐츠인 ‘패션 하울’이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틱톡은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 클립을 공유할 수 있는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이다. 패션 하울과 인기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인 틱톡의 결합으로 디자인 수명이 짧은 패스트패션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속 불가능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이 특징인 패션사업을 뜻한다.

하울(Haul)은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에서 구매한 물건을 소개하며 사용한 후기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지칭하는 용어다. 특정 브랜드나 제품 유형 등 후기의 대상이 되는 카테고리 뒤에 ‘하울’을 붙여 ‘럭셔리 하울’, ‘화장품 하울’, ‘인터넷 쇼핑 하울’ 등과 같이 사용된다. ‘패션 하울’은 구매한 옷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영상 제작자들은 대부분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한다. 시청자들이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의견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제품 및 서비스의 사용 후기를 참고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하울 영상을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증가했다.

본래 하울은 유튜브에서 인기였다. 하지만 틱톡 특유의 빠른 속도감에 매력을 느낀 크리에이터들과 이용자들이 틱톡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틱톡 크리에이터들은 빠른 속도로 수십 개의 새로운 옷을 연속적으로 입어보는 콘텐츠를 올리며 쉽게 수백만 뷰의 조회 수를 얻는다. 패션 콘텐츠를 주로 담고 있는 ‘하울’ 해시태그로 올라온 영상은 조회 수가 70억 건에 이른다. 해시태그(#)는 콘텐츠에 관련된 키워드를 영상에 달아 쉽게 게시물을 검색하게 해주는 표시다.

하지만 패션 하울이 과소비를 부추겨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크리에이터들이 ‘패스트패션’ 브랜드 하울 영상을 자주 올리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누구나 양질의 옷을 싼 가격에 입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패션 민주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주기가 짧아 폐기처분되는 옷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8년 7월 유엔이 ‘지속 가능한 패션산업을 위한 협력’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폐수 배출량 중 패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탄소 배출량은 10%에 달한다.

패스트패션의 부작용과 제품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하울’, 그리고 틱톡의 인기는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패스트패션과 헤어지는 방법’의 저자 로렌 브라보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양의 미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틱톡 하울 영상은 엄청난 양의 상품을 쌓아놓고 이용자들을 끌어들인다”며 “더 이상 패션이 아닌, 규모에 대한 동경”이라고 비판했다.

틱톡 측은 자사가 패션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플랫폼 내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고 밝혔다. 카산드라 러셀 틱톡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의 패션 브랜드 파트너십 담당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 “플랫폼에서 지속 가능성, 빈티지 패션 그리고 및 중고물품 쇼핑을 주도하는 콘텐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체는 틱톡 자체의 알고리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인기가 적은 틱톡커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 하울을 올리면 순식간에 구독자 수가 폭발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평소에 다른 제품의 하울 영상을 올리는 틱톡커의 평균적인 조회수가 200뷰였다면, 유명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하울은 50만 뷰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패스트 패션 업계의 친환경 전환과 더불어 틱톡 내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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