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나 그늘' 탈출 3년차, 최고 시즌 보내는 카슨 켈리[슬로우볼]

안형준 2021. 5.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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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몰리나의 그늘에서 벗어난 켈리가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는 5월 13일(한국시간)까지 시즌 17승 20패, 승률 0.459를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빅 2'는 물론 올시즌 초반 흐름이 좋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밀리는 모습으로 5월을 보내고 있다.

만족스러운 순위표는 아니지만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은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주전 포수인 카슨 켈리다. 켈리는 올시즌 27경기에서 .333/.481/.615, 6홈런 16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OPS가 1을 훌쩍 넘었다. 빅리그 데뷔 6년차인 켈리는 아직 초반이지만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1994년생 우투우타 포수 켈리는 원래 상당한 기대를 받는 유망주였다. 고졸 신인으로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지명됐다. 고교시절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는 '투타겸업' 선수였던 켈리는 드래프트 당시에는 3루수였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가 싱글A에서 포수로 전향시켰다. 고교시절 시속 92마일의 공을 던지던 어깨를 충분히 활용하려는 결정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타격으로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평균적인 컨택 능력과 적당한 장타력은 가졌다는 평가는 꾸준히 받아왔다. 포수로서도 나쁘지 않았던 켈리는 2016년 처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으며 경험을 쌓았고 2017-2018년에는 전체 50위권 이내의 유망주라는 평가도 받았다.

평가 높은 유망주인 만큼 켈리는 착실히 성장하며 세인트루이스의 미래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랬어야했다. 하지만 켈리의 앞에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같은 존재가 있었다. 바로 야디어 몰리나였다. 켈리와 '띠동갑'인 1982년생 몰리나는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주전 포수 자리를 굳게 지켰고 그만한 기량까지 유지하며 켈리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켈리를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다. 영건 루크 위버와 켈리, 내야수 앤드류 영을 애리조나에 내주고 '슈퍼스타'인 폴 골드슈미트를 영입한 것. 그렇게 켈리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애리조나로 이동했다.

안방에 확실한 주인이 없던 애리조나는 켈리에게 주전 포수 자리를 맡겼다. 켈리는 애리조나 입단 첫 해 111경기에 출전해 .245/.348/.478, 18홈런 47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39경기에서 .221/.264/.385, 5홈런 19타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주전포수 3년차인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래 엄청난 장타자는 아닌만큼 공을 쪼갤듯한 타격으로 모든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확한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질좋은 타구를 양산해내고 있고 최고 수준의 선구안까지 보이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켈리는 올시즌 13.8%의 배럴타구 비율을 기록 중이고 스윗스팟 명중율이 43.1%나 된다. 엄청난 파워히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30홈런 페이스를 보이는 이유다.

패스트볼과 브레이킹볼 모두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켈리는 현재 약점을 찾기 힘든 타자다. 원래 높았던 발사각도를 더 높이며 땅볼을 크게 줄였고 공중으로 정타를 날려보내며 많은 장타를 생산하고 있다. 16차례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을 21개나 골라내는 선구안으로 출루 능력까지 인정받으며 포수면서 1번타자로 출전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수비 측면에서도 무난하다. 비록 프레이밍 능력이 좋은 포수는 아니고 도루 저지율도 올시즌에는 그리 좋지 않지만 세이버 매트릭스의 수비 평가는 무난하다. 팬그래프와 베이스볼 레퍼런스 모두 켈리의 수비 지표를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포수는 체력 소모가 큰 포지션이고 시즌은 아직 초반이다. 켈리가 지금의 성적을 가을까지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빅리그에서 162경기 풀시즌을 치른 경험도 단 한 번 뿐인 만큼 시즌이 진행될수록 페이스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켈리의 성적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추후 성적이 하락한다고 해도 이전 시즌들보다는 좋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기대했던 위버가 2년 연속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켈리가 올시즌을 계기로 완전한 성장을 이뤄낸다면 애리조나 입장에서는 골드슈미트와 결별이 아쉽지 않을 수 있다. 좋은 포수를 구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 켈리는 2024년 시즌이 끝나야 FA 자격을 얻는다.

매디슨 범가너가 반등세를 탔지만 지구 내 각 팀들의 전력을 감안하면 애리조나가 올시즌을 높은 곳에서 마칠 가능성은 크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쉽지 않은 시즌 속에서도 애리조나는 지켜볼만한 즐거움을 얻었다. 과연 켈리가 올시즌을 어떤 모습으로 마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카슨 켈리)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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