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개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시간

노현웅 2021. 5. 1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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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가 인간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지 1만여년, 이제 이들은 종을 뛰어넘어 가족으로 인정받을 만큼 인간과 가까워졌다.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이 동그란 눈동자 너머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놓을 수 없었을 반려인들에게, 최근 발간된 개와 고양이,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두 권의 책은 반가운 선물이다.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가 지은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 은 인간의 시선으로 개의 삶을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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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뺨치는 견고한 사회 구성, 서열관계 만족하는 개
고양이 '사심 없는 이기주의'는 불안 없는 무위의 철학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 개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지음, 정영문 옮김/해나무·1만4800원

고양이 철학: 고양이와 삶의 의미
존 그레이 지음, 김희연 옮김/이학사·1만5000원

개와 고양이가 인간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지 1만여년, 이제 이들은 종을 뛰어넘어 가족으로 인정받을 만큼 인간과 가까워졌다.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이 동그란 눈동자 너머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놓을 수 없었을 반려인들에게, 최근 발간된 개와 고양이,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두 권의 책은 반가운 선물이다.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가 지은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은 인간의 시선으로 개의 삶을 관찰한다. 이 책은 18년 전 출간돼 인기를 끌었고, 최근 에필로그를 추가해 재출간됐다. 저자는 무려 30여년 동안 11마리 개와 함께 지낸 시간을 기록했다. 가계도와 관계망까지 동원해 그들이 인간 뺨치는 사랑과 우정, 갈등와 신뢰를 통해 견고한 사회를 구축한 모습을 묘사한다.

울타리를 뛰어넘어 수십㎞ 밖으로 달려나간 미샤, 그런 미샤를 기다리며 창밖만 바라보던 마리아, 자기가 낳은 새끼가 아님에도 강아지를 입양해 정성껏 돌본 코기, 동료가 세상을 떠나자 처음으로 하울링을 시작하며 그를 애도한 비바와 파티마…. 꼼꼼한 관찰을 통해 기록된 에피소드들은 그들이 나름의 언어와 규칙을 통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개와 고양이가 함께 있는 장면. 픽사베이(Pixabay) 제공

이런 과정을 통해 저자는 개들은 그들의 무리에 속하기를 원한다는 자명한 결론에 이른다. 개들 사이에 구축된 완벽한 서열 관계가 인간의 눈엔 다소 폭력적으로 보일지라도, 그들은 그 안에서 비로소 각자의 역할에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15년째 시추 ‘보리’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기자 입장에서 다소 섭섭한 이야기지만, 유독 흰색 강아지만 마주치면 채신머리 없이 꼬리를 붕붕 돌리는 산책길 뒷모습을 생각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결론이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맞이한 쪽은 어떨까. 런던정경대 등에서 정치학·철학을 가르친 존 그레이는 <고양이 철학>에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일은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선 책과 달리, 이 책은 고양이의 삶의 방식을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데 주력한다. “태어날 때부터 지극한 행복을 갖는 고양이들은 삶에서 행복과 의미를 추구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바라보며 삶 자체의 감각을 느끼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이성과 진보에 대한 맹신과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해 온 정치철학자로서 저자는, 쇼펜하우어·몽테뉴 등의 많은 철학자들이 고양이를 사랑했던 이유를 자세히 소개한다. 철학의 원천은 인간 특유의 불안인데, 고양이는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거나 낯선 곳에 머물지 않는 한 불안으로 괴로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의 대가’인 철학자들이 어찌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저자는 특히 고양이 삶의 윤리성을 ‘사심 없는 이기주의’로 정의 내린다. 고양이는 스스로 확대하려는 자아상 없이 오직 자신과 사랑하는 대상에만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이는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살아가는 태도로, 불교의 한 갈래인 선종과 이와 유사성을 보이는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발견되는 ‘자아의 무위’ 개념과 맞닿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양이가 인간에게 제안할지 모르는 10가지 조언을 제시한다. ①인간을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말라 ②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평은 어리석은 일이다 ③고통에서 의미를 찾으려 들지 마라…. 결국 각자에게 주어진 종의 본성에 따라 현재를 살아가면 그만이라는 제안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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