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젖은 시간이 마를 때까지

한겨레 2021. 5. 1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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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젖은 시간이 마를 때까지                                                 박 남 준

옛날을 적시네 겨울비
지난 일은 들춰지는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사람이 보내온
돌이킬 수 있는 흔적들이 비처럼 젖게 하네
젖는다는 것
내겐 일찍이 비애의 영역이었는데
비에 젖은 나무들은 몸의 어디까지
슬픔을 기억할 수 있을까
젖은 나무가 마를 동안
햇살이 오는 길목을 마중해야겠지
언젠가 이 길을 달려오며 들뜨게 했던 기다림들
젖은 시간이 스쳐 간다
오래 흘러왔으므로
나무의 탄식도 몸을 건너갔다는 것을 안다
너를 향한 발자국이 희미할 것이다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걷는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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