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권력'의 숨겨진 신화 들춰보기

김회승 2021. 5. 14.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계 주요 도시의 중심지엔 하나같이 거대한 금융회사들이 즐비하다.

금융이 현대자본주의 시스템의 실질적인 지휘자라는 현실을 상징한다.

금융 시스템이 가격 변동으로 차익을 얻는 행위(투기)에 몰입할 때 실물경제는 희생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화폐 생산과 배분 메커니즘 연구에 몰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폐의 비밀: 화폐를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제라르 푸셰 지음, 서익진·김준강 옮김/길·2만2000원

세계 주요 도시의 중심지엔 하나같이 거대한 금융회사들이 즐비하다. 금융이 현대자본주의 시스템의 실질적인 지휘자라는 현실을 상징한다. 그런데 돈은 꼭 은행을 통해서만 움직여야 하는 걸까? 이 상식적인 질문에 선뜻 답을 찾기 힘들다. <화폐의 비밀>은 그 해답을 찾아 나선다. 화폐라는 교환 수단이 민간은행들에 의해 생산-배분되는 시스템을 구석구석 들여다본다.

저자는 실물경제의 눈으로 돈의 흐름을 본다. 전세계 금융 규모는 1970년대 국내총생산의 10% 수준에서 20여년 만에 100%를 훌쩍 넘어섰다. 금융이 경제 순환에 필요한 만큼 이상으로 레버지리(부채)를 키운 때문이다. 금융 시스템이 가격 변동으로 차익을 얻는 행위(투기)에 몰입할 때 실물경제는 희생된다. 교환 수단이라는 화폐의 본래적 기능은 희석되고 그저 이익을 얻기 위한 판돈이 된다. 비정상적으로 커진 채무는 결국 가계와 기업에 돌아간다. 도대체 위기 때마다 풀린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을까?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은 은행의 지급준비금을 늘려 장부상 균형을 회복시켜 주었을 뿐이다. 금융은 정작 실물경제 주체들의 장부를 돌보는 데는 아무 관심이 없다.

저자는 경제학자도 교수도 아니다. 1990년대 <인터넷 경제>를 출간하며 선구적 문제의식을 드러낸 무림의 고수랄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화폐 생산과 배분 메커니즘 연구에 몰두했다. 책은 잘 짜여진 이론서가 아니다. 검을 휘두르는 자객의 문투다. 오늘날 돈을 찍어내고 유통하는 ‘화폐 권력’의 실체와 균열, 민주적 통제를 이야기한다. 경제학 이론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정치-화폐 권력의 카르텔을 들춰내려 한다. 흥미진진한 사극을 보는 느낌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